서울 여의도에서 가장 높은(69ㆍ53층) 오피스타워인 ‘여의도 파크원(Parc1)’은 수년 간의 법정 다툼으로 공사가 중단된 끝에 7월 준공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공사 마무리를 앞두고 또 하나의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지난달 2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온 데 이어 이틀 뒤에도 한 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시공사는 즉시 공사현장을 폐쇄하고 방역 작업을 실시 중이나 언제 공사가 재개될 지는 불투명하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공사가 멈추는 건설현장이 속출하고 있다. 재택이나 분산 근무가 불가능한 건설업의 특성을 감안할 때 확진자가 늘고 공사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역학조사 쉽지 않아.. 공사중단 장기화 우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일 현재 전국 6개 건설현장에서 코로나19 확진 환자 12명이 나왔다. 확진자가 가장 많은 대구ㆍ경북에선 지난달 21일 성주군 ‘성주대교’ 공사현장을 시작으로 3곳에서 1명씩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수도권은 경기 이천 용수공급시설 설치공사 현장에서 5명이 한꺼번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어 지난달 26일 경기 성남시 ‘분당 더샵 파크리버’ 신축 현장에서도 직원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공사현장이 임시 폐쇄됐다.
문제는 공사 현장은 이동 범위가 넓고 공간이 광범위하며 노동자들 사이에 밀접한 접촉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대형 공사현장에선 같은 숙소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확산 속도가 더욱 빨라질 수 있다. 실제로 경기 이천 공사 현장의 추가 확진자들은 모두 다른 확진자와 함께 일하다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파크원 현장에선 인근의 직원 숙소까지 함께 폐쇄됐다.
이 같은 특성으로 인해 공사 재개 시점이 더욱 불투명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건당국의 역학조사 기간이 길어질 경우 공사가 한창인 곳은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내년 10월 입주 예정인 ‘분당 더샵 파크리버’ 공정률은 현재 50% 수준으로 알려졌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현장 임시 폐쇄 기간이 일주일 미만이면 만회가 가능하나, 장기화되면 공사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공공ㆍ민간 분야 대책 내놔
이에 정부는 우선 공공 건설현장부터 대책을 내놓은 상태다. 국토부는 지난 달 12일 ‘코로나19 대응 공공계약 업무처리지침'을 발표하면서 신종 코로나 확진ㆍ의심 환자가 발생한 경우, 발주기관이 공사를 일시 중지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정지 기간에 대한 계약기간 연장과 계약금액 증액도 함께 요청했다. 또한 임시폐쇄가 내려지지 않아도 신종 코로나로 공사기간이 늘어난다면, 발주기관이 계약금액 조정 여부를 적극 검토토록 했다. 이날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좀 더 세부적인 계약조정 지침을 수립해 건설현장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민간 분야의 피해 우려가 커지자 지난달 28일 관련 대응방안도 발표했다. 코로나19를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 제17조의 불가항력 사태라고 유권해석을 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이에 따라 건설사는 발주자에게 공사기간 연장을 요구할 수 있고, 계약금액도 조정 가능하다. 발주자는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지체보상금도 부과할 수 없다. 공사가 완료됐다면 신종 코로나 위기단계 ‘심각’이 해제된 후부터 3일까지 준공검사 기한이 연장된다.
다만 유권해석은 권고사항이라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는 “건설분쟁위원회에서 합의가 되지 않으면 소송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분쟁이 수 년간 계속된다”며 “건설사가 코로나19 긴급대책을 마련해 가능한 계약기간 내 공사를 완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진구 기자 realn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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