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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교회 집회소’ ‘공부방’… 신천지 시설 찾으러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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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교회 집회소’ ‘공부방’… 신천지 시설 찾으러 가보니

입력
2020.02.29 01: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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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청 현장실사 동행해 보니…]

“초기 신고는 거의 신천지 시설, 최근엔 10곳 중 9곳은 허탕”

원룸 등 숨은 시설 제보 쏟아져… 직접 현장 확인 주변 탐문

420곳 실사해 165곳 찾아 “신천지가 제출한 장소 8곳은 가짜”

경기도는 지난 20일부터 도내 신천지 예수교회 시설 여부에 대한 신고를 받아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28일 오후 경기도청 현장 조사팀 직원 2명이 화성시 남양읍 한 빌라에 관련 시설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우편함에서 신천지와 관련된 내용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임명수 기자
경기도는 지난 20일부터 도내 신천지 예수교회 시설 여부에 대한 신고를 받아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28일 오후 경기도청 현장 조사팀 직원 2명이 화성시 남양읍 한 빌라에 관련 시설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우편함에서 신천지와 관련된 내용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임명수 기자

28일 오후 2시 경기 화성시 병점동 A건물 앞. 마스크를 착용한 경기도청 직원 2명이 건물로 들어섰다. 한 직원 손에는 ‘신천지 현장실사 대상목록’이 적힌 A4 용지 한 장이 쥐어져 있다.

직원은 “경기도청 홈페이지 등에 ‘A건물 9층에 신천지로 의심되는 시설이 있다’는 제보(신고)를 받아 현장 실사를 벌이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지난 20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인 신천지교회 및 시설물에 대한 신고를 받아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시설로 확인되면 폐쇄와 함께 방역 등의 후속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다.

A건물 외벽에는 ‘OO교회 집회소’라고 쓰인 광고물이 부착됐고, 엘리베이터 층별 안내판에도 ‘9층 OO교회 집회소 9F’로 표기돼 있다. ‘대한예수교 장로회 OO교회’라고 쓰는 일반적인 교회들과 내용이 달라 신고된 것으로 예상된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건축 자재 등이 수북해 실내 공사가 한창이었다. 벽에는 성경구절 등이 적혔고, 중앙에는 긴 나무의자 수 십여개가 놓였다. 또 다른 벽면 게시판에는 ‘성경진리사역원’, ‘한국복음서원’ 등에서 보내온 공문 등이 붙어 있었다.

도청 직원이 “신천지 시설이라는 의심신고가 접수돼 왔는데 신천지 교회와 연관이 있느냐”고 묻자 이 교회 관계자는 “우린 그런 곳 아니다. 신천지와 상관없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국지방교회 소속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종파 가운데 하나”라며 “가끔 신천지라고 물어오는 분들도 있지만 우리는 진짜 그들과 다르다”고 했다.

경기도는 지난 20일부터 도내 신천지 예수교회 시설 여부에 대한 신고를 받아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28일 오후 경기도청 현장 조사팀 직원 2명이 찾은 화성시 병점동의 한 건물에 한 종교시설이 입주해 있는 층별 안내표지판. 해당 종교시설은 신천지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명수 기자
경기도는 지난 20일부터 도내 신천지 예수교회 시설 여부에 대한 신고를 받아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28일 오후 경기도청 현장 조사팀 직원 2명이 찾은 화성시 병점동의 한 건물에 한 종교시설이 입주해 있는 층별 안내표지판. 해당 종교시설은 신천지와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명수 기자

주변에서도 이들을 신천지로 부르지 않았다. 인근 한 건물의 교회 관계자는 “자세히는 모르지만 우리나라 정통 개신교와는 다른 곳으로 안다”며 “지난해 입주해 초기 포교활동을 조금 한 후 현재까지 이렇다 할 외부 활동을 하는 것을 보지 못했지만 신천지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A4용지에 ‘확실치 않다’는 의미의 세모 표시를 한 직원들은 두 번째 현장인 남양읍 화성시청 인근 빌라촌으로 향했다.

신고된 곳은 1층 영업장, 2층 가정집인 통상적인 상업지구 내 빌라형 구조와 달리 1층에 들어선 가정집이었다. 문에는 호수가 적혀 있지 않았으며 굳게 닫혀 있었다.

도청 직원은 “신천지가 100명 이상인 경우에는 성전이라고 부르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원룸에서부터 일반 아파트, 빌라 등에서도 성경공부를 빌미로 예배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곳도 그런 게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실제 이곳은 ‘공부방으로 임대된 것으로 아는데 저녁이면 예배를 드리는 것 같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직원은 “추가 조사를 해 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선 의심 정황이 있다는 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 신고 때는 가는 곳마다 전부 신천지 시설로 확인됐는데 최근 3~4일 동안 신고 된 곳은 10개 중 1개 정도만 신천지고 나머지는 상관이 없는 곳이 많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신천지 시설을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지난 20일부터 이날까지 접수된 400여 곳이 넘는 신천지 시실물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신천지 측이 제출한 시설물 내용과 도가 확인한 내용이 달라서다. 초기보다는 적중률이 떨어진다. 제보가 그만큼 많이 몰리는 셈이기도 하다. 도는 매일 20~30명의 직원을 투입해 현장 실사를 벌이고 있다.

도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접수된 420여 곳에 대한 실사를 벌인 결과 27일 기준으로 165곳이 신천지 시설이다. 156개소는 신천지와 관계가 없었고, 85곳은 확인 중이다.

경기도는 지난 20일부터 도내 신천지 예수교회 시설 여부에 대한 신고를 받아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직원들이 들고 다니는 신천지 현장실사 대상 목록 내용 중 일부 모습. 임명수 기자
경기도는 지난 20일부터 도내 신천지 예수교회 시설 여부에 대한 신고를 받아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직원들이 들고 다니는 신천지 현장실사 대상 목록 내용 중 일부 모습. 임명수 기자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신천지가 자신들의 시설이라고 밝힌 239곳과 차이를 보였다는 게 도의 설명이다. 109개소는 일치했지만 8개소는 가짜였다. 특히 도가 신고를 받아 신천지 시설로 확인한 59곳은 신천지가 제출한 시설 명단에는 없는 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성호 도 문화종무과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재까지 시설물 수치를 비교해 보면 신천지 측이 제공한 것과 다른 부분이 많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실사를 벌여 신종 코로나 확산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화성=임명수 기자 s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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