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남입니까? 대구와 광주는 동맹을 맺은 특수관계인데요. 이럴 때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안 되죠.”
28일 오후 들려오는 서정성(50) 광주시 남구의사회장의 목소리에선 결기가 느껴졌다. 그는 이날 차량을 이용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할퀴고, 휩쓸리며 신음하고 있는 대구로 가던 중이었다. 차량엔 그와 뜻을 같이 하는 의사와 간호사 2명, 행정, 방역 요원 등 5명도 동승했다. 이른바 달빛의료지원단이다. 대구의 옛 이름 ‘달구벌’과 광주의 옛 이름 ‘빛고을’의 앞 글자를 따서 명명한 것이다. 이들이 생업을 제쳐두고 대구행을 선택한 건 신종 코로나로 고통 받는 대구 시민들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어서였다. 달빛지원단은 대구시의회 등에 성금 3,000만원과 마스크, 손 세정제 등 개인 위생물품을 전달하고 곧바로 의료봉사에 뛰어들었다.
서 회장은 “광주는 나눔의 정신이 깃들어 있는 곳인데 의료인력이 크게 부족한 대구를 지원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고 했다. 잠시 후 대구에 도착했다는 그는 “언제 광주로 돌아갈지 기약 없이 대구에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메, 근디 대구 온께 기침이 나온다.(웃음) 이제 일해야 된다”고 순간 긴장섞인 너스레를 떤 뒤 결연한 의지를 다졌다.
‘의향(義鄕)’ 광주의 의료진들이 대구를 향해 ‘의(醫)로운’ 길을 나섰다. 신종 코로나 환자들을 돌볼 의료진이 부족해 눈물 짓는 대구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광주의사회는 선발대 격인 달빛지원단에 이어 다음 달 4일 2차 의료진을 파견하기 위해 의료진을 모집하고 있다. 현재 지역 의사 서너 명이 참여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대구의사회와 논의해 선별진료소가 필요한 곳에 배치돼 활동할 예정이다.
광주청연한방병원도 내달 3일 광주시를 통해 대구시민들에게 1억2,000만원 상당의 경옥고 스틱을 기증하기로 했다. 면역력 증강과 폐 손상 보호 효과가 있는 경옥고는 대구시민과 의료진, 방역업무 종사자 등 도움이 필요한 곳에 전달될 예정이다.
대구의 아픔을 보듬는 건 의료진들만이 아니다. 5ㆍ18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ㆍ부상자회ㆍ구속부상자회)는 이날 400만원을 대구적십자사를 통해 대구 지역 성금으로 내놨다. 이 돈은 5ㆍ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유포한 극우논객 지만원(77)씨 등에게 손해배상금을 받아 조성한 공익기금이다. 특히 이날은 ‘대구 2ㆍ28민주운동’ 60주년이 되는 기념일이어서 의미를 더했다. 광주민주화운동동지회 등도 “권영진 대구시장이 광주와 대구는 형제와도 같은 도시라고 했었다”며 대구 지역에 필요한 물품을 지원키로 했다. 조진태 5ㆍ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민주화운동의 동지이자 국민의 일원으로 대구 공동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공감하며 연대하고자 한다”며 “우리의 작은 정성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광주=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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