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유학생들 입국 거부 늘고
‘입단 한 달’ 외국인 선수도 짐 싸
“美, 입국금지 전 떠나야” 불안 커져
최근 베트남 항공에 공지로 올라온 글. 베트남항공 캡처

서울의 한 유통회사에 다니는 베트남 국적 여성 A씨는 요즘 베트남으로 어서 돌아오라는 가족들 전화를 하루에도 몇 통씩 받고 있다. 대구ㆍ경북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나자 가족들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A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돌아가려 항공권까지 구매했지만 베트남 정부가 2주간 격리한다는 소식을 듣고 귀국을 포기했다. 다행히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허용하자 그걸 핑계로 부모를 안심시켰다. A씨는 “사실 떠나고 싶은 마음도 많았다”며 “힘들게 들어온 회사여도 건강보다 중요한 건 없다”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가운데 27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비닐옷을 입은 여행객들이 출국장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 공포에 외국인의 ‘탈한국’이 잇따르고 있다. 개강을 앞두고 한국으로 들어오기로 한 중국인 유학생들은 속속 입국을 취소하고, 부산에선 한 외국인 선수가 코로나 감염이 걱정된다며 입단 한 달 만에 짐을 싸 돌아가기도 했다.

29일 대학가에서는 중국인 유학생들의 한국 입국 거부가 본격화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대구대에선 최근 중국인 유학생 7명이 중국으로 돌아갔다. 기숙사에 머물던 이 학생들은 대구에서 확진자가 급증하자 서둘러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충북대에서도 지난 26일 입국 예정이었던 중국인 유학생 90명 중 57명이 한국행 여객기를 타지 않았다. 울산대의 경우 중국인 유학생 277명 중 169명이 입국을 미루고 있다.

서울 사립대 중 중국인 유학생이 가장 많은 경희대는 지난 24~26일 기숙사 입소를 끝낼 계획이었지만 480여 명 중 입소한 학생은 70여 명에 불과했다. 대학 관계자는 “한국에 들어온 중국인 유학생은 2주간 자가격리 생활을 하는데, 중국보다 한국이 더 불안하다고 호소하는 학생이 많다”고 전했다.

국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한 지난 18일 이후 한국을 떠나는 중국인 숫자는 계속 늘고 있다. 지난 26일 한국에서 중국으로 간 중국인은 3,697명으로, 한국에 들어온 중국인(1,404명)보다 배 이상 많았다. 중국행 항공편은 대폭 줄었는데 수요가 몰리자 비행기 티켓 구하기가 어려워졌다는 푸념도 나온다.

부산 KT의 외국인 농구선수 앨런 더햄도 감염이 우려된다며 입단한 지 한 달 만에 한국을 떠났다. 특수한 사례이긴 하나 외국인 선수들의 우려가 상당해 추가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한국의 코로나 확진자 숫자를 공유하며 “나도 떠난다”는 외국인들의 글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베트남을 비롯해 상당수 국가가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대응 수위를 높인 것도 외국인의 탈한국을 부추긴다. 외국인들 사이에선 미국이 한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입국 금지는 한국에 체류 중인 미국인에게도 똑같이 적용돼 그 전에 서둘러 빠져나가는 미국인이 크게 증가할 수 있는 요인이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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