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거듭하는 문재인표 ‘착한’ 정책들
중국 춘추시대 ‘宋襄之仁’ 연상시켜
코로나 수습되면 ‘착한’ 정책 재검토해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초기 한국의 중국인 입국제한 조치 가능성을 경고했던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가 26일 중국 지방정부의 한국인 입국통제 조치를 설명하기 위해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들어오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역사에서 대표적인 멍청한 통치자로 꼽히는 인물이 송나라 양공(襄公)이다. 기원전 639년 무렵 양공은 초나라 군사와 홍수(泓水)라는 강에서 마주쳤다. 초나라는 군세가 컸고 송나라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송나라 군대가 먼저 도착한 덕분에 도강하는 상대편을 공격할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됐다. 강을 건너는 병사들은 움직임이 둔하고 숨을 곳도 없기 때문에 선공하면 큰 타격을 줄 수 있었다. 그런데 양공은 초나라가 강을 건널 때까지 공격하지 않았다. 재상 목이(目夷)가 “기습하면 이길 수 있다”고 진언했지만 듣지 않았다.

초나라 군대가 강을 건넌 뒤에도 기회는 남아 있었다. 미처 진형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목이가 양공을 재촉했다. “적은 많고 아군은 적습니다. 적이 전열을 가다듬기 전에 쳐야 합니다.” 하지만 양공은 듣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했다. “군자는 어떤 경우든 남의 약점을 노리는 비겁한 짓은 해선 안되오.” 양공은 초나라가 전열을 가다듬은 뒤에야 공격 명령을 내렸다. 송나라 군대는 그야말로 정정당당하게 싸웠지만 대패했고 양공도 중상을 입었다. 이후 실력 없는 사람들이 명분에 집착해 일을 망칠 때마다 ‘송양지인(宋襄之仁)’이라는 말이 따라 붙게 됐다.

나의 착함이 빛을 내려면 상대방의 선의가 필요하다. 이해충돌 순간에 나를 믿어주고 배반하지 않는 상대방이 필요하다. 홍수를 건넌 초나라 장수가 ‘양공의 의리에 감복했다’고 군사를 되돌렸다면 ‘송양지인’은 정반대 뜻을 가졌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의 결정적 순간에 반드시 승리한 건 ‘착함’이 아니다. 신라 진흥왕이 백제 성왕을 배신했고, 미국 백인은 영토 욕심에 인디언을 속였다. 수양대군은 조카를 속여 왕이 됐고 나치의 히틀러는 영국 총리 체임벌린을 바보로 만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난 3년은 어떤가. 적폐 무리에는 추상같았지만, 내치와 외치 모두 ‘착한’ 정책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자가 워싱턴 특파원으로 문 대통령을 직접 만난 2017년 7월부터 그랬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한미 FTA 재협상’ 문제가 불거졌는데, 문 대통령은 ‘공식 발표된 합의문만 믿으라’고 재협상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6개월도 안돼 재협상이 시작됐고, 그 때문인지 우리의 대미 무역흑자는 크게 감소했다.

백두산 천지를 배경으로 북한 김정은과 손잡기도 했지만 이젠 답보 상태인 북한 비핵화, 문 대통령을 형님으로 모신다는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의도적인 ‘차세대 전투기(KF-X)’ 사업 발빼기, ‘외교보다는 방역이 중요하다’고 한국인을 막고 나선 중국도 실패한 ‘착한’ 정책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국내 정책도 다르지 않다. ‘투기는 나쁘다’는 착한 마음으로 강남 집값 때려잡기에 나섰지만 결과는 ‘풍선효과’다. 집값은 선악의 문제가 아니라 금리와 지역별 투자수익률 사이의 함수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강남을 억누르면 수백조 원의 넘쳐나는 유동성은 수익률이 두 번째로 높은 곳으로 옮겨간다. 코로나 방역 마스크를 만들어 내라고 하지만, 당장의 이익이 더 커 보이는 생산업체나 유통업자에게는 먹혀들지 않는다. 요즘 문 대통령이 부쩍 강조하고, 경제부총리까지 세금 지원을 약속한 ‘착한’ 임대료도 그렇다. 임대료 삭감은 심성의 문제가 아니다. 높은 임대료를 고수하면 건물주도 결국 망한 쓰라린 경험 때문이다. 10여년 전 상권이 쑥대밭이 됐던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건물주들은 2년 전부터 임대료를 깎아 주고 있다. 건물주들이 착해져서가 아니라, 냉정한 시장원리가 작동한 결과다.

일상에서 개인의 선행은 권장돼야 하고 칭찬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통치자는 다르다. 코로나 사태가 보여 주듯 착한 의도보다는 결과가 중요하다. 세상은 동화책과 다르다. 착한 정책을 이용해 실리를 챙기는 세력이 내부건 외부건 가득하다. 당장은 코로나 대응이 급선무지만, 사태가 수습되면 국정 전반의 ‘착한’ 딱지 정책의 현실성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조철환ㆍ뉴스3부문장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