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권 심판해 달라” 비례대표만 공천하기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8일 “4ㆍ15 총선에서 국민의당은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를 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안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의당은 비례대표 의원 공천만 하겠다”면서 “대한민국이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국민께서는 지역에서 야권 후보를 선택해 문재인 정권을 심판해 달라”고 했다.
이는 미래통합당과 사실상 ‘선거 연대’를 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비례대표를 뽑는 정당 투표는 국민의당에, 지역구 의원 투표는 통합당에 몰아 달라’는 메시지를 중도ㆍ보수진영 유권자들에게 발신한 것이기 때문이다. 안 대표는 ‘양당 정치 혁파ㆍ제 3의 길 유지’라는 명분을 잃지 않으면서도, 총선 이후 보수진영 대선 후보로 합류할 길을 열어 둔 선택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안 대표는 “비례대표 공천으로 실용적 중도의 길을 개척하고 야권은 물론 전체 정당 간의 혁신경쟁, 정책경쟁을 견인하겠다”면서 “정당 투표에서는 가장 깨끗하고 혁신적이며 미래지향적인 정당을 선택해 달라”고 강조했다. 소수 정당의 비례대표 의석 획득에 유리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발판으로 21대 국회에서 국민의당을 원내에 진입시키겠다는 것이 안 대표 구상이라는 얘기다.
안 대표는 해외 생활을 접고 지난 달 19일 귀국한 이후 통합당과의 통합ㆍ연대가능성을 일축하며 ‘독자 생존’을 모색해 왔다. 그러나 ‘제2의 안철수 바람’이 전혀 불지 않는 현실에 고육지책을 낸 것으로 보인다. 안 대표는 귀국 직후 국민의당의 옛 지지 기반인 호남을 찾았지만, 반응은 더없이 냉랭했다. 28일 공개된 한국갤럽의 조사(25~27일 실시)에서 국민의당의 전국 지지율 2%대에 그쳤고, 호남 지역의 당 지지율은 통계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미미했다.
안 대표가 ‘제3의 길’을 고수하는 동안 그의 측근은 줄줄이 통합당으로 떠났다. 총선 출마를 노리는 김중로, 이동섭, 임재훈 의원이 통합당에 합류한 데 이어, 김수민, 김삼화 신용현 의원은 다음달 2일 기자회견을 열고 합류할 예정이다. 국민의당 현역 의원은 권은희, 이태규 의원만 남았다. 정치권 일각에선 ‘안 대표가 통합당과의 선거 연대를 일찌감치 염두에 두고 측근 의원들을 통합당에 보낸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다.
안 대표의 미래를 결정하는 1차 관문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비례대표 의석을 얼마나 얻을 것인지다. 공직선거법은 특정 정당의 정당 득표율이 3%를 넘지 못하면 비례대표 의석을 한 석도 차지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중도ㆍ보수 유권자들이 안 대표의 바람대로 지역구는 통합당에, 비례대표는 국민의당에 밀어 주는 선택을 할지는 미지수다. 안 대표가 ‘문재인 정권 심판’을 정면으로 거론한 만큼,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국민의당에 표를 줄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혜미 기자 herstory@hankookilbo.com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과 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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