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산에 대학들 온라인 강의 대체
강의 영상에 자막 달아주기 봉사나선 ‘보이스루’
“온라인 강의를 들으면 아무래도 교수님 입 모양을 보기 어렵잖아요. 차라리 휴학하는 게 낫겠죠.”
최근 한 청각장애 학생이 페이스북에 이런 고민을 남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학들이 임시방편으로 온라인 강의를 준비하지만 청각장애 학생들은 소외되지 않겠느냐는 우려였다. 청각장애 학생들은 교수의 입 모양과 판서, 수업도우미의 도움으로 강의를 이해하는데 온라인에선 이런 게 전혀 없다. 해당 글은 올라온 지 하루 만에 3,000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청각장애 학생의 안타까운 사연에 한 스타트업이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이상헌(29)씨가 운영하는 음성인식 기반 영상번역 업체 ‘보이스루’다. 이씨는 청각장애 학생들이 온라인 강의를 쉽게 들을 수 있게 영상마다 자막을 달아주기로 했다.
28일 이씨는 전화 인터뷰에서 “청각장애 학생의 고민이 담긴 글을 보고 너무 안타까워 수업 영상에 자막을 제공하기로 결심했다”며 “우선 연세대, 고려대 장애학생지원센터와 서비스 지원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안타까움을 느낀 건 누구보다 청각장애인의 사정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는 “대학 때 청각장애 학생이 수업을 대필해주는 봉사자와 함께 공부하는 것을 자주 봤다”면서 “대필 봉사자가 실수로 필기를 잘못하면 청각장애 학생도 수업 내용을 잘못 이해할 수밖에 없는 모습이 안쓰러웠다”고 말했다.
강의실에서 직접 본 청각장애인의 어려움이 스타트업 창업의 계기였다.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수업 내용을 자동으로 문자로 풀어주면 청각장애 학생들이 훨씬 수월하게 수업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세운 보이스루는 현재 유튜브에 통역ㆍ자막을 붙이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학생의 글을 보고 회사를 설립하게 된 초심을 떠올렸다”며 “청각장애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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