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많은 청소년이 학교생활, 친구 관계, 가족 관계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단적인 예로 스마트폰에만 몰입하기, 학교에서 잠만 자기, 아무것도 하지 않기, 매사 타인과 부모에 의존하기 등이 그렇다. 이를 목격하는 기성세대는 우려와 함께 참담한 심정이다. 혹시 강압적인 사회와 기성세대의 요구에 저항하는 방식으로 무기력을 시위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미래의 주역인 청소년이 무기력에 빠질 때 그 사회는 희망을 잃는 만큼, 우리는 더 늦기 전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2019년에 본교는 청소년의 무기력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학생 80명, 학부모 67명)중 학생의 50%가 무기력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스스로 우울해지고 무력해지는 상태’라 밝혔다. 이어 37%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자발적으로 행하지 못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밖에 ‘어떤 일에 대해 스스로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할 때 나타나는 심리상태’(6.5%)와 ‘부모나 사회의 요구에 아무 것도 반응하지 않고 저항하는 상태’(6.5%)는 같은 비율이었다. 반면 학부모는 무기력이란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자발적으로 행하지 못하는 상태’라는 반응이 60%였다. 그 다음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스스로 우울해지고 무력해지는 상태’는 23%였다. 이것으로 청소년과 성인의 무기력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크다는 것이 확인됐다.
그렇다면 무기력의 원인은 어떨까? 청소년은 ‘진로나 미래에 대한 불안’(71%, 중복 답변)이 가장 높았고 ‘과도한 학업경쟁과 성적에 따른 서열화’(57%)가 뒤를 이었다. 그 밖에 ‘부모님의 지나친 간섭과 기대’(19%), ‘친구 관계로부터의 소외’(12%) 순이었다. 반면에 성인들은 ‘과도한 학업경쟁과 성적에 따른 서열화’(68%)와 ‘부모의 지나친 간섭과 기대’(26%), ‘진로나 미래에 대한 불안’(21%) 순서로 드러났다.
이 시대 청소년들은 동적이기보다는 정적인 활동을 선호한다. 이런 행동은 자아정체성 형성과 올바른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 청소년들은 자신들을 무력하게 만드는 현실과 스스로 느끼는 무력감에 맞서기보다는 이로부터 도피하고 외면하는 방법을 택한다. 또한 기성세대의 요구, 예컨대 학업경쟁에서 이기기, 부모가 원하는 직업을 획득하기 등의 압력은 성적에 따른 서열화, 개개인에 대한 편애와 차별, 소외감, 강력한 저항의식을 촉발한다. 이는 한국의 청소년들이 OECD 국가 중에서 행복도가 가장 낮은 비극을 낳았다.
그렇다면 청소년의 무기력 해결책은 무엇인가? 첫째, 성공한 사람을 기준으로 청소년을 평가하지 말자. 둘째, 청소년의 관심과 사랑의 요구에 따뜻하게 응답하자. 셋째, 성적과 경쟁만을 강요하지 말자. 넷째, 청소년을 우선하는 제도와 분위기를 만들자. 다섯째, 청소년의 꿈과, 목표를 격려하고 공감하며 연대해 나가자. 결국 청소년들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대우해야 한다. 이것이 청소년 무기력의 해결책이자 21세기에 되살아나는 칸트의 숭고한 인간 존중 철학의 부활이기도 할 것이다.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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