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판매량 줄고 배출권 비용 상승… 한전 “탈원전과는 무관”
지난해 한국전력이 2년 연속 영업손실을 내며 11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회사는 예년에 비해 덜 덥고 덜 추웠던 기후에 따른 전기 판매량 감소를 실적 악화의 주요인으로 꼽으면서 정부 탈원전 정책과의 연관성엔 선을 그었다.
한전은 28일 공시를 통해 2019년 연결기준 영업손익이 1조3,566억원 적자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2008년 2조7,981억원 적자 이후 가장 저조한 실적으로, 6년 만에 적자를 낸 2018년(-2,080억원)보다도 적자 폭이 6.5배 확대됐다. 매출 역시 59조928억원으로 2.5% 감소했다.
한전 측은 전기판매 수익 감소와 온실가스 배출권 비용 상승 등을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해 여름철 폭염일수가 전년보다 줄었고 겨울에도 비교적 온화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전기판매 수익이 전년보다 9,030억원 감소했다는 것이다. 반면 전력산업 운영의 필수비용인 온실가스 배출권 비용은 크게 늘었다. 2015년부터 시행된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배출권 거래법)은 기업이 무상으로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 즉 무상할당량을 정해놓고 이를 초과해 배출할 경우 해당 기업이 배출권을 구매하도록 하고 있다. 이 무상할당량이 2018년보다 18% 줄어들고 배출권 가격은 올라가면서 한전이 구매한 배출권 비용이 530억원에서 7,095억원으로 치솟은 것이다. 봄ㆍ가을철 미세먼지 고농도 시기에 석탄발전소 가동을 멈추거나 제한하는 조치로 인해 석탄 이용률이 74.7%에서 70.7%로 줄어들고 이에 따른 전력생산 부족분을 보다 원가가 높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으로 보충한 것도 실적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한전은 최근 실적 악화를 탈원전 정책 탓으로 돌리는 시각과는 거리를 뒀다. 지난해 원전 이용률은 70.6%로 전년보다 오히려 4.7%포인트 올랐다는 것이다. 한전은 “올해는 원전 이용률이 70% 중반대로 상승하면서 경영실적 개선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전의 ‘실적 쇼크’로 올 상반기 전기요금 개편 시 요금 인상은 불가피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한전 관계자는 “지속 가능한 전기요금 체계를 만들기 위해 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도 한전 경영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 한전의 전기 판매량도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