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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민의 美대선 이야기] 트럼프의 운명은 이미 결정된 걸까.

입력
2020.03.01 18:0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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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미국 콜로라도주 콜로라도스프링스에서 열린 대선 유세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콜로라도스프링스=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미국 콜로라도주 콜로라도스프링스에서 열린 대선 유세에서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콜로라도스프링스=AP 연합뉴스

지난주 네바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 민주당 경선이 끝나고 이번 주 ‘슈퍼화요일’이 펼쳐질 예정이다. 지금까지 상황을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첫째, 바이든 후보가 기대보다 훨씬 고전하고 있다. 둘째, 샌더스 대 나머지 중도 후보들의 경쟁구도이다. 셋째, 중도 후보들 사이의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그런데,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이번 대선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선거이다. 민주당의 치열한 경쟁 때문에 우리가 잊고 있는 질문을 해 볼 때이다. 미국에서 대통령의 재선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이론적으로 보면, 현직 대통령은 재선에 매우 유리하다. 첫째, 인지도 면에서 다른 경쟁자들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둘째, 본인이 직접 국정을 이끌어 가면서 선거에 유리한 이슈를 선점할 수 있다. 셋째, 전쟁과 외교와 같은 큰 대외변수가 있을 때 국민들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치는 경향도 있다.

실제로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해서 성공한 경우는 미국 역사를 통틀어 69% 정도이고, 2차대전 이후는 75%로 매우 높다. 이에 반해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는 것을 포기할 경우, 여당 후보가 선거에서 이길 확률은 낮았다. 전체의 46%, 그리고 2차대전 이후에는 고작 14%에 그쳤다. 과거의 사례만 놓고 본다면,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지 않았더라면 공화당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은 매우 낮았을 것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조차 매우 높지 않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에 대항하는 공화당 후보가 나오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해서 성공 그리고 실패한 과거 역사를 살펴보면 성공 요인도 찾을 수 있다. 첫째, 대통령 국정지지도를 살펴보면 당연하게도 국정지지도가 높을수록 재선에 유리하다. 대선이 있는 해 1월 초의 국정지지도를 기준으로 보면,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은 평균 54.0% 정도인데 반해 재선에 실패한 경우는 평균 44.3%, 재선을 아예 포기한 경우는 평균 31.5%였다. 하지만, 더 중요하게 보아야 할 것은 국정지지도의 추세이다. 국정지지도가 크게 오르락내리락한 경우보다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재선에 훨씬 유리했다. 재임 중 최고 수준과 1월 초를 비교했을 때,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은 그 차이가 평균 16.7%포인트였지만 재선에 실패한 경우는 평균 33.3%포인트, 재선을 아예 포기한 경우는 평균 53.5%포인트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2020년 1월 초 국정지지도는 44% 정도였다. 절대적인 수치로 보면 재선에 유리하지 않지만, 임기 중 최고치에 비교해 2%포인트 정도만의 차이가 있을 뿐이어서 재선에 불리하다고만 쉽게 넘어갈 것은 아니다.

둘째, 여당의 대선 경선과정에서 대통령에 도전한 경쟁자가 있었던 경우, 현직 대통령이 설령 후보로 지명되더라도 재선에 모두 실패했다. 1976년 공화당 포드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했으나, 경선과정에서 압승을 거두지 못했다. 레이건 당시 경선 후보에게 53 대 47로 ‘간신히’ 이겼고, 잘 알다시피 재선에는 실패했다. 1980년 민주당 카터 대통령도 비슷했다. 경선에서 테드 케네디 후보에게 겨우 51 대 38로 이기면서 체면을 구겼고 결과적으로 재선에 실패했다. 1992년 공화당 부시 대통령도 경선에서 팻 뷰캐넌 후보에게 큰 도전을 받은 이후 본선에서 졌다.

2020년 공화당의 대선 경선은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독주이다. 사실 미국 국민들은 공화당 경선이 있는지도 잘 모른다. 공화당 지지자들의 ‘단결’된 힘을 바탕으로 재선 선거전을 뚫고 갈 준비가 되었다고 하겠다.

셋째,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제가 좋아야 한다. 특히 경제성장률이 높고,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이 낮아야 한다. 또한, 전국적 지표로 보이는 경제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도 좋아야 한다. 주식시장과 주택시장이 불황이지 않고, 기름값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1976년, 1980년, 그리고 1992년 모두 경제가 좋지 않았으며 미국 국민들은 현직 대통령을 심판했다.

2020년초 미국 경제는 매우 좋다. 2% 경제성장률과 2% 인플레이션을 유지하고 있고, 실업률은 3.6% 정도로 지난 몇십 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체감경기도 좋아서 소비자지수와 주식시장지수도 높으며, 주택담보대출 이자율이 매우 낮아서 주택시장도 호황이다. 트럼프의 재선을 위한 청신호라고 하겠다. 다만, 경제지표가 전임 오바마 대통령 시절보다 높지만, 2016년에 트럼프가 약속한 만큼의 큰 성공이 아니라고 미국 국민들이 느끼고 있어서 잘 지켜봐야 하겠다.

미국 정치학자들은 매번 대선이 시작하기 훨씬 전에 위에서 언급한 지표들을 토대로 대선결과를 예측해 왔다. 여론조사 결과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었는데, 지금까지 예측률이 매우 높았다. 그리고, 이번 2020년 대선의 예측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성공이었다. 트럼프가 자신의 운명을 지킬 수 있을지 살펴보자.

박홍민 미국 위스콘신주립대 정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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