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착한 임대인이 임대료 인하 시 절반을 정부가 분담”
“정교하지 않은 정책… 세금 이중으로 샐 우려 커” 지적 잇따라
정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착한 임대인 세제 혜택’을 두고 ‘나쁜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말 어려운 임차인들을 돕는 데 쓰이지 못하고 줄줄 샐 공산이 크다”이라는 논리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합동 브리핑에서 “민간의 착한 임대인께서 임대료를 인하하시면 그 절반을 정부가 분담하겠다”고 밝혔다. 방식은 세금 감면. 홍 부총리는 “올해 상반기 6개월 동안 소상공인에 해당하는 임차인의 임대료를 인하하는 임대인에 대해서는 임대인의 소득이나 인하 금액 등에 관계없이 임대료 인하분의 50%를 소득세ㆍ법인세에서 감면하겠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착한 임대인의 선의’로 해석했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악용될 가능성을 두고 경제 전문가와 누리꾼들이 지적에 나섰다.
포털 사이트 뉴스 서비스 댓글창에서 누리꾼들은 “자발적인 시민운동은 그대로 두면 되는데 왜 정부가 끼어 들어 시민 운동의 의미를 퇴색시키나”(mu****), “지원하려면 임차인을 지원해줘야 한다. 소상공인들 죽을 맛인데 정부가 이러면 착한 임대인이 어떻게 되겠나”(yu****), “그냥 임차인에게 바로 지원을 해주는 게 낫지 않나”(hi****)라며 정부 정책의 허점을 꼬집었다.
정교하지 못한 정책 탓에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이진우씨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취지는 이해되나 대단히 나쁜 정책”이라며 “임대인과 임차인이 몰래 입을 맞추고 정부의 지원금을 나누어가지며 악용할 가능성을 막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월세 소득이 많은 부유한 임대인이 그렇지 못한 임대인보다 세제 혜택을 더 많이 받는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야당에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이준석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마스크 값도 못 잡으면서 무슨 임대료 지원을 논하냐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온다”며 정부의 착한 임대인 지원 정책을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오히려 종합소득세 납부 시한 연기 등 보편적인 소상공인의 어려움에 대처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정책의 취지를 잘 살려 새는 구멍을 막으면 되지 않느냐는 긍정 평가도 나온다. 한 누리꾼(kwan***)은 “공산주의 국가처럼 임대료를 일률화 할 수 없지만, 얼마간 국가에서 부담을 나누는 쪽으로 정책 호응을 유도할 수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임대료 인하 정책 등을 포함한 소상공인 지원 방안의 세부 내용을 28일 발표할 예정이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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