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불신 자초? 혐오 낙인?… 신천지 커밍아웃을 돕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불신 자초? 혐오 낙인?… 신천지 커밍아웃을 돕자

입력
2020.02.28 11:00
수정
2020.03.03 12:33
0 0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회원들이 27일 신천지 교주 이만희 총회장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하기에 앞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신천지 해체와 이만희 총회장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회원들이 27일 신천지 교주 이만희 총회장을 감염병예방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하기에 앞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신천지 해체와 이만희 총회장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애초 불신을 자초한 건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더 확산되지 않게끔 정부에 협조하기는커녕 거꾸로 신도가 드러나지 않도록 막는 데에 더 급급했다. 그러나 사태를 진정시키려면 혐오나 매도, 낙인보다 신도들이 자기가 신천지 교인임을 드러낼 수 있게 유도하는 여건 조성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신천지 대구교회 집단 감염 뒤 자신이 신천지 신도임을 고백하는 ‘신밍아웃’(신천지+커밍아웃)은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을 때 이뤄졌다. 20일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은 대구가톨릭대병원 간호사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전날 두통과 발열 증상 때문에 독감 검사를 받은 결과 음성 판정이 나와 퇴원하라는 권유를 받았지만 강하게 코로나19 검사를 요구했고, 결과가 양성으로 나오자 비로소 자기가 신천지 교인임을 밝혔다. 마지못해서였다. 25일 스스로 신천지 교인임을 밝히고 2주간 휴원에 들어간 경북 칠곡 소아과 의사 같은 경우도 있지만, 아직까지도 ‘늑장 고백’이 흔하다.

신천지 신도가 정체를 감추는 원인은 복합적이다. 일단 남들의 샛눈이다. 아무리 확고한 신앙이어도 남들이 워낙 백안시하니 떳떳하기 어렵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 확산 주범으로 집단 전체가 찍힌 상황에서 일원임이 노출되는 일은 더 꺼릴 수밖에 없다. 검사 과정에서 신도라는 사실을 들키느니 차라리 감염 상태를 견디며 운에 맡기는 게 낫다는 심경이 될 공산이 크다.

신도의 동요와 교세 위축을 걱정한 신천지 지도부의 단속도 요인이다. 한 개신교계 이단 전문가는 “신천지는 신도, 특히 젊은 신도의 경우에는 마음과 생각을 통제하기 위해 언론과 인터넷 접촉을 못하게 막는다”며 “확진자로 밝혀진 신도가 병원 생활을 하면 자연스레 간호사나 가족과 교류하게 되고 아무래도 제3자 입장의 정보를 획득하게 되는 만큼 교리가 흔들릴 수 있다. 그걸 신천지가 염려해 신도들에게 신분 은폐를 종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널리 알려진 교주인 이만희 총회장의 황당한 상황 인식도 불신을 키웠다. 이 총회장은 20일 내부 어플리케이션으로 전파한 공지문을 통해 “금번 병마 사건은 신천지가 급성장됨을 마귀가 보고 이를 저지하고자 일으킨 마귀의 짓임을 안다”고 했다. 한때 신천지 지도부가 조직이 타깃으로 특정되는 일을 막기 위해 신도들에게 병을 옮기고 다니라고 지시했을지 모른다는 상식 밖 소문이 그럴싸하게 떠도는 것도 세속사회와 괴리된 이런 위화감 속에서다.

현재 21만여명 신천지 신도 명단은 정부에 넘어간 상태이고 신도들 대상 전수 조사가 진행 중이지만, 27일 정부는 신천지에 신도 외에 교육생 7만명의 명단을 추가로 내놓으라고 했다. 사태 초기와 달리 신천지가 오해를 방어하며 정부에 어느 정도 협조하는 모습인데도 정부가 그러는 건, 신천지가 조직 보호를 위해 여전히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의심에서다. 실제 본보 취재 결과 신천지가 먼저 제공한 시설 주소지가 엉터리인 경우가 적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 우한(武漢)에 교회가 있는지 없는지가 신천지 측 해명에도 계속 논란이 되고 있는 것도 반복되는 은폐 시도 정황과 말 바꾸기 탓이다.

하지만 채찍을 들고 몰아세우기만 해서는, 특히 신도들만 표적으로 삼아서는 조기에 이번 사태를 종식시킬 수 없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비난이 거셀수록 정부에 적극 협조해야 하는 신도들을 더 음지로 몰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신천지 관련 폭로를 지속해오고 있는 ‘종말론사무소’의 윤재덕 소장은 26일 TBS ‘김지윤의 이브닝쇼’에 출연해 “불안해하는 신천지 교인들에게, 신천지 교인이라고 커밍아웃 한다고 해서 사회적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는 확신을 줄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의 태도가 필요하다”며 “대신 자신들의 입장을 투명하게 밝히고 있지 않은 신천지 지도부에 대해서는 온 국민과 언론, 정부가 원점 타격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인책이 시급하다. 당근이 나와야 한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는 “앞으로 1~2주가 ‘골든 타임’일 텐데 때를 놓친 다음에 뒤늦게 나오는 건 책임 있는 지도자의 모습이 아니다. 일거수일투족이 신도들에게 영향을 주는 이만희 총회장이 직접 나와서 신도들에게 정부에 협조하라고 진심으로 호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더불어 신천지가 제출한 명단을 유출하거나 신도에게 불이익을 주는 당사자는 반드시 문책하는 행정적 안전 장치를 보장하겠다고 정부가 신천지 신도들을 상대로 약속해야 한다”고도 했다. 일부에서는 이들이 편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선별 진료소를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온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