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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 마니아 매혹시키는 숨은 명작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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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컬트 마니아 매혹시키는 숨은 명작이 나타났다

입력
2020.02.28 04:3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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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방법'. CJ ENM 제공
tvn 드라마 '방법'. CJ ENM 제공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지난 20일 프랑스 북부 도시 릴에서 열린 국제 TV드라마 페스티벌. ‘시리즈 마니아’의 예술감독 프레데릭 라빈은 한국 케이블채널 tvN이 방영한 ‘방법’을 이렇게 극찬하면서 국제 파노라마 부문에 초청했다. ‘방법’은 이 페스티벌에 초청된 유일한 한국 드라마다. 라빈 감독은 이 드라마가 현대 실제 세계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하고 초자연적인 한국 드라마의 전통을 이어가는 점에 주목했다.

이달 10일 ‘오컬트 스릴러’라는 다소 낯선 장르를 표방하며 방송을 시작한 ‘방법’은 국내에서도 장르 드라마 마니아들 사이에서 높은 지지를 받으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시청률은 첫 방송 2.5%(유료 가구 기준)로 시작해 25일 방송분이 3.5%를 기록하는 등 부진한 편이지만, CJ ENM과 닐슨코리아가 동영상 조회수, 포털사이트 검색자 수, SNS나 블로그 언급 횟수 등을 종합 평가하는 ‘콘텐츠 영향력 지수’에서는 JTBC ‘이태원 클라쓰’ SBS ‘하이에나’ tvN ‘하이바이, 마마!’ SBS ‘낭만닥터 김사부2’에 이어 5위를 차지했다. 시청률에 비해 놀라운 성적이다.

‘방법’이란 원래 특정 인물을 저주해서 사지를 뒤틀리게 하는 행위를 뜻한다. 제목처럼 이 작품은 무속신앙과 흑마술, 초능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스릴러다. 한자 이름, 사진, 소지품만 있으면 누구든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10대 소녀 백소진(정지소)이 정의감 넘치는 사회부 기자 임진희(엄지원)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IT 기업 회장이자 악령에 씐 악당 진종현(성동일)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린다. 국내 드라마치고는 다소 짧은 편인 12부로 제작됐다.

초자연적인 현상을 일으키는 무당이 등장한다는 점에서 영화 ‘곡성’을 떠올릴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막강한 힘을 가진 악당과 싸우는 초능력 소녀의 활약을 그린 SF 히어로물에 가깝다. 이 드라마의 독특한 지점도 무속신앙과 초자연적인 힘을 기괴한 호러 장르로 풀어내면서 현대적인 SF 히어로물로 귀결시킨다는 데 있다. 호러 장르까지 아우르는 탓에 일본 호러 영화를 연상시킬 만큼 잔혹한 장면도 간혹 등장한다. 영화에서 주로 쓰이는 장르적 장치가 많아 ‘긴 영화를 나눠 보는 것 같다’는 평까지 나온다.

독특한 상상력은 1,000만 관객을 동원한 좀비 영화 ‘부산행’을 연출한 연상호 감독에게서 나왔다. ‘돼지의 왕’ ‘사이비’처럼 사회 고발적 주제를 담은 애니메이션을 주로 연출해온 그가 드라마 극본을 쓴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드라마를 쓰며 “대결, 히어로, 무속 같은 이질적인 소재를 하나로 합쳐서 만들면 어떨까 고민하던 차에 작가로 참여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겨 참여하게 됐다”며 “개별 인물의 사연을 좀더 자세히 설명할 수 있고 에피소드별로 분위기나 관점을 다르게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영화 ‘곡성’과 ‘부산행’, 드라마 ‘킹덤’ 등에 참여한 영화계 스태프들이 촬영 조명 미술 음악 특수분장 자문 등에 참여해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였다.

배우들 연기도 드라마의 완성도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악역 진종현 회장을 돕는 무당 진경 역의 조민수가 압도적 연기를 선보인다.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의 이정묵 프로듀서는 “조민수씨가 무당 연기를 위해 전문가로부터 수개월간 트레이닝을 받고 연습을 할 만큼 열의를 보였다”며 “현장에서 발산하는 에너지는 방송 화면에서 표현이 어려울 정도로 뜨거워 해당 장면의 촬영이 끝나면 제작진들이 기립박수를 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방법’은 벌써부터 영화화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출연 배우들의 소속사 등에 따르면 CJ ENM도 영화 제작을 염두에 두고 주요 배우들과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듀서는 “연상호 감독이 현재 영화판 시나리오를 쓰고 있다”며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긍정적으로 검토하며 배우들과도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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