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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병상 지원” 호소하는데… 정부는 손 놓고 지자체 간 불협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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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병상 지원” 호소하는데… 정부는 손 놓고 지자체 간 불협화음

입력
2020.02.28 04:30
수정
2020.02.28 18:1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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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 1132명, 입원은 447명… 이재명 지사 ‘이송 거부’ 말 바꿔

법적 권한 따지며 팔짱 끼던 정부, 28일 이송ㆍ수용 대책 공개할 듯

대구 남구보건소 직원들이 27일 신종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오 한 시민에게 검사 절차와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대구 남구보건소 직원들이 27일 신종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오 한 시민에게 검사 절차와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대구지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의료대란 수준으로 현실화했지만 병상 부족에 대한 정부의 통합적 재난관리가 보이지 않고 있다. 입원 대기중인 확진자가 자가격리 중 호흡곤란으로 병원 이송 중 처음으로 27일 숨졌다. 대구의 누적 확진자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1,132명에 달하지만 음압병상은 63개 수준이다. 격리병상도 연일 쏟아지는 환자수를 감당하지 못할 만큼 국가적 재난 상황인데도, 지방자치단체 간 병상 지원 얘기를 ‘흥정하듯’ 공개적으로 주고 받는 참담한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구를 다녀가고 정세균 국무총리가 대구에 상주하는데도 신종 코로나 대책은 콘트롤타워가 보이지 않자 정부가 실종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실정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오전 9시 브리핑에서 “대구지역 확진자 1,017명 중에서 447명이 입원했다”며 “어제 추가로 549병상을 확보했지만 절차가 복잡해 오늘 100여명의 환자만 입원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 시장은 “확진자 증가세를 보면 치료 병상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권 시장의 잇단 병상 지원 요청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날 “확진자 중 중증환자를 받겠다”고 나섰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일반환자를 보내라”고 했다가 하루 뒤인 이날 “오해다. 중증환자용 음압병실 수용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이 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요청하신 경증환자 대규모 집단수용은 곤란하니 대안을 마련하자는 것”이라며 “안전한 음압병실에 신종 코로나 중증 환자 수용을 거절할 만큼 경기도가 매몰차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결국 서울시와 경기도가 신종 코로나 중증환자를 받기로 했으나, 정작 ‘지자체들이 고심하고 발을 동동 구를 때 정부는 팔짱을 끼고 있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병실과 의료자원을 분배 관리할 수 있는 정부가 대책회의만 할 동안 권 시장은 지자체장에게 전화를 돌렸고, 아직도 많은 지자체가 답변을 미루고 있다.

이와 관련 정부시설을 관리하는 행정안전부 측은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상 병상설치 법적 권한은 이미 보건복지부 장관은 물론 시도지사 또는 시장, 군수, 구청장 등 기초단체장이 갖고 있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확진자가 전국에서 나오고 있고, 앞으로도 언제 어디서 확진자가 속출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지자체간 병상 조정은 쉽지 않다”며 “그에 앞서 병상을 확보하고 환자를 옮기는 문제는 의료진, 전문가들이 판단을 해줘야 한다”고 밝혔다.

김강립 복지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가능하면 해당 지역 내 이동을 최소화하고 담당 지역에서 치료받는 것을 원칙으로 병상 확보와 치료계획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차관은 “확진자가 늘어난 대구지역의 경우 중증도에 따라 적절한 병상을 배치하기까지 상당 시간이 소요된다”면서도 실질적인 병상 확보 대책에는 “국가병원 준비를 확대하고 있다”며 원론적 답변에 그쳤다.

총리실도 “확진자 이송과 관련해 권한이 중앙정부에 있는지 지방정부에 있는지 따져보고 있다”며 한가한 소리만 하고 있다. 급기야 정세균 총리는 국가적 차원의 병상배분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총리는 경북 경산 영남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자체간 협의로 협조를 받을 수도 있겠지만,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판단하고 명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손 놓고 있는 민간에선 정책 제안들이 쏟아지고 있다. 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보건당국이 병실을 1,000개 확보했다고 하면 실제 사용 가능한 것은 100~200개에 불과하다”며 “부족한 병상과 의료인력, 장비 문제를 해결하려면 경증환자를 자가격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은 계명대 의대 교수는 “경증환자는 수련원 시설로 옮기고 새로 발생하는 확진자는 중증도에 따라 입원 여부를 신속히 결정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 유급휴가와 수당지급, 심리지원, 법적 장치 등 다양한 지원책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8일 대구지역 중증 확진자 이송 및 수용 대책을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ankookilbo.com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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