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한 KT 직원이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화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해 업무를 보고 있다. KT 제공

#27일 오전 7시30분, 직장인 A(36)씨는 잠옷 차림에 모닝커피와 함께 노트북을 열었다. 출근 준비로 바쁜 아침을 보내왔던 여느 때와는 사뭇 달랐다. 이날 평소보다 1시간30분가량 늦게 일어났지만 사내 시스템 접속 시간은 오히려 빨랐다. 직장까지 1시간 거리인 출근길에서 해방된 그는 생각도 못 했던 아침식사까지 챙겼다. 사내 시스템과 메신저로 이날 일정을 확인한 그는 화상회의로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오전일과를 마친 그는 프리랜서인 아내와 함께 점심을 먹고 산책도 마쳤다. A씨가 전한 재택근무 2일차 오전 일정은 그랬다. A씨는 “처음 재택근무를 해 봤는데, 출퇴근 시간을 아낄 수 있어 오히려 생산성이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A씨 회사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실시한 재택근무 경과에 따라 향후 도입 여부도 긍정적으로 결정할 방침이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면서 직장인들의 근무 환경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의 확산 방지를 위해 원격·재택근무에 나서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과 현대차를 포함해 SK, LG 등 주요 그룹은 물론 정보통신(IT) 전자 업계를 중심으로 유연하고 탄력적인 근무제가 속속 도입되고 있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로 인해 주목받고 있지만 사실 재택근무에 대한 관심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혁신의 상징으로 각인된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이미 정착된 지 오래다. 일각에선 이번 기회에 국내 기업들에도 재택근무의 실효성 여부를 따져 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시각도 나온다.

IT강국인 한국의 경우, 원격 근무에 필요한 시스템과 기술력은 충분하지만 재택근무의 대중화는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현재 국내에서 서비스되는 화상회의 등 원격근무용 협업 프로그램은 줌, 팀즈, 아지트, 트렐로, 잔디 등으로 다양하다. 하지만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원격·재택 근무 경험자는 9만5,000명으로, 시차 출퇴근제 등을 비롯해 총 221만5,000여명의 유연근무제 경험자 가운데 4.3%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과 유럽 기업들은 4명 중 1명이 사무실 밖에서 업무를 처리할 정도로 원격 근무가 보편화 돼있다.

재택근무의 최대 장점은 역시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2013년 보고서에 따르면 재택 근무 시행 시 개인이 얻을 수 있는 편익 중 출퇴근 시간 및 비용 감소가 99.67%를 차지했다. 비용으로 환산하면 한 달에 194만원 이상이다.

업무 효율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지난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발병 당시 재택근무를 실시했던 ‘스마트스터디’의 보고서에 따르면 ‘업무 효율이 향상됐다’는 응답은 52%로 ‘비슷했다’는 40% 보다 많았다.

재택근무에 대한 부작용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4일부터 이틀 동안 재택근무를 했던 30대 직장맘은 “집에서 일을 하면서 네 살짜리 어린아이까지 같이 살피는 게 쉽지 않았다”며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오히려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이라도 하듯, IBM은 지난 2017년 재택근무 도입 24년 만에 전격 폐지했고, 야후도 2013년 재택근무 방침을 철회했다.

한국 특유의 대면 중심의 조직 문화 또한 고려해야 할 사안으로 꼽힌다. 대기업과 재택근무가 상시 허용되는 스타트업을 모두 경험해 본 D씨는 “재택근무에 대한 실효성 여부는 기업의 크기나 성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다만, 재택근무를 도입하기 이전에 직접 면대면 접촉을 중요시하는 우리나라의 오래된 직장 문화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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