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아 ‘창덕궁앞열하나동네’ 사무국장 겸 동명 잡지 편집장
2012년부터 창덕궁 앞 동네 역사성 살린 도시재생 위해 분투
“로마나 밀라노 등 이탈리아 유명 관광지에서는 관광객들의 시선을 끌 수 있게 유적의 원형이 가지런히 잘 보존돼 있습니다. 반면 서울 사대문 중심인 창덕궁 앞 동네들은 이탈리아 관광지보다 수십 배나 매력이 있지만 가치 있게 가꿔지지 않아 너무 안타깝습니다.”
김선아 ‘창덕궁앞열하나동네’ 잡지 편집장은 열하나동네에 대한 공공의 인색한 투자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운니동 자신의 건축사사무소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평소 지론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가 사무국장으로 있는 창덕궁앞열하나동네는 다음달부터 종로구가 진행하는 권농동 골목길 재생사업에 참여한다. 권농동주민협의체를 만들기 위해 주민 의견 수렴에 나서는 것이다. 지난해 3월부터는 운니ㆍ익선동 골목길재생사업에 참여해 비슷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열하나동네는 경운동, 익선동, 운니동, 낙원동, 와룡동, 권농동, 낙원동, 돈의동, 묘동, 봉익동, 종로3가동, 종로2가동으로 인사동 낙원상가와 종묘 서측의 서순라길로 둘러싸여 있다.
김 편집장은 “열하나동네는 뛰어난 관광 명소 요건을 전부 갖췄지만 동네는 오히려 갈수록 낙후되고 있다”며 “지역의 역사자원을 보존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지역 주민과 전문가들이 참여한 본격적인 장기 플랜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편집장은 2016년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열하나동네를 활성화하기 위해 조직한 비영리임의단체 ‘창덕궁앞열하나동네’ 대표를 지낸 후 2017년 비영리민간단체로 전환 후에는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열하나동네와 김 편집장의 운명적인 만남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도시계획 전문가인 그는 당시 서울 종로구청에서 발주한 종로구의 지역 활성화 계획 설계를 맡으면서 이곳에 발을 디뎠다.
당시 종로구청은 어떻게 하면 인사동 유동인구를 열하나동네로 유입시킬까를 고민하면서도 대책은 인사동에서 열하나동네로 이어지는 가로 정비수준에 머물렀다. 이 때 그는 종로구청에 “길 정비만으로는 도시재생에 한계가 있다”며 “열하나동네 전체를 정비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격적인 그의 주장은 종로구청의 지원을 받았고, 박원순 시장의 도시재생 철학과 결합하면서 탄력을 받았다. 2014, 2015년에는 서울시의 도시재생 총괄계획가 자격으로 본격적인 도시 재생을 시작했다. 그러나 기쁨과 기대도 잠시. 이 지역의 도시재생 사업방향에 대한 서울시 담당 부서와의 견해 차이로 2015년 겨울 총괄계획가에서 물러나야 했다.
그는 이 때 본업 외 지역 도시재생을 위한 사회활동을 하겠다고 다짐했다고 한다. 그는 “2012년부터 4년간 열하나동네를 속속들이 들여다 보고 사람들을 샅샅이 만나면서 정이 쌓여 도저히 동네를 떠날 수 없었다”고 회상해다. 그래서 2주 정도 주기적으로 주민들과 만나 동네의 발전적 모습을 고민한 것이 잡지를 창간한 계기가 됐고, 비영리민간단체로까지 확장됐다.
그는 동네의 역사성을 유지하고 명소를 만들고 싶은 욕심에 2016년부터 매년 10월 ‘시간의 경관을 유람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시경유람’이라는 축제를 사실상 총괄 기획하고 있다.
현재 회원은 101명, 회비는 연간 3만원이다. 회원만으로 매년 10월 지역축제를 개최하고, 격월로 2,000부의 잡지를 발행한다는 게 힘에 부칠 수밖에 없다. 이미 사비 2,000만원을 털어 넣었다.
열하나동네 전문가로 변모한 김 편집장은 서울시의 하드웨어 중심의 도시재생에 실망감을 표했다. “서울시가 돈화문길, 서순락길, 낙원상가 하부 공간 관련 공사에 170억원을 쏟아 부었지만 지역주민, 지역의 문화자원과 결합한 변화는 인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마을 활성화란 동네를 살리고자 하는 의지와 동네 사람들의 연대가 모여 이웃 관계가 형성되는 곳, 그런 곳을 만드는 게 아닐까 싶어요.”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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