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76위의 권순우(23ㆍ당진시청)가 50단계 이상 랭킹 격차를 보이는 24위 두산 라요비치(30ㆍ세르비아)를 물리치며 4주 연속 8강에 진출했다. 28일로 예정된 8강전의 상대는 ‘빅 3’ 중 하나인 세계 2위 라파엘 나달(34ㆍ스페인)이다.
권순우는 27일(한국시간) 멕시코 아카풀코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멕시코오픈(총상금 184만5,265달러) 16강에서 라요비치를 상대로 2-0(7-6<7-2> 6-0) 완승을 얻어냈다. 이로써 권순우는 타타 오픈ㆍ뉴욕 오픈ㆍ델레이비치 오픈에 이어 네 대회 연속 8강 진출에 성공했다.
이날 권순우는 ATP투어 500시리즈 8강에 첫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500시리즈는 1000시리즈 다음으로 큰 규모의 대회로, 앞서 그가 출전해오던 250시리즈에 비해 상금ㆍ랭킹포인트ㆍ참가 선수 모두 격이 다르다. 또 지난해 500시리즈 대회에서 모두 예선 탈락했던 권순우로써는 괄목할만한 성장임이 분명하다.
다음 상대는 최강자 나달이다. 권순우 전에는 정현(24ㆍ144위)이 나달과 세 차례 대결을 펼쳐 전부 졌다. 권순우가 노박 조코비치(1위ㆍ세르비아), 나달, 로저 페더러(3위ㆍ스위스) 등 ‘빅 3’ 중 한 명과 맞대결을 펼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만난 선수 중 가장 랭킹이 높은 상대는 당시 9위였던 카렌 하차노프(24ㆍ러시아)다. 권순우는 이때 1-3으로 패했다.
권순우를 지도하는 임규태 코치는 2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TV에서만 보던 사람을 상대하게 됐는데, 경험 자체가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하차노프와 경기를 하면서 자신감을 쌓았던 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한 수 배우러 간다고 여길 것”이라고 했다.
이날 권순우는 극적인 연출을 선보였다. 1세트 초반 상대에게 밀리던 권순우는 10번째 게임 30-30 포인트 상황에서 라요비치의 백사이드라인에 샷을 떨어뜨리며 분위기를 바꿨다. 라요비치는 여기서 실수를 저지르며 브레이크 포인트에 몰렸다. 라요비치는 판정 번복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라요비치는 평정심을 잃었고, 권순우는 이 틈을 파고 들어갔다. 타이브레이크 상황에서 상대 포인트를 두 번 빼앗은 그는 결국 7-6으로 세트를 따내는 데 성공했다. 라요비치는 2세트에서도 범실을 저지르며 한 게임도 따내지 못하고 무너졌다.
임 코치는 “날이 덥고 습했는데 포기하지 않고 계속 따라가다 보니, 마지막 기회를 잡아 승리까지 해낼 수 있게 됐다”며 “중요한 순간에 정신력을 발휘했던 모습을 칭찬해주고 싶다”고 했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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