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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감염병이 주는 뜻밖의 기회

입력
2020.02.27 18:00
수정
2020.02.27 18:3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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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한 KT 직원이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화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해 업무를 보고 있다. KT 제공
26일부터 재택근무를 시작한 KT 직원이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화상회의 시스템을 활용해 업무를 보고 있다. KT 제공

감염병은 인류가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문명 진보의 자극제가 되기도 했다. 1829년 콜레라가 유럽 전역을 휩쓸고 지나간 후, 사람들은 콜레라가 마시는 물을 통해 전염된다는 점을 눈치챘다. 당시 런던 등에 여과된 물을 공급하는 상수도망이 설치되기 시작했는데, 상수도 설치 지역에서 사망자가 훨씬 적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가설은 영국의 한 화학자가 1885년 여과된 물에는 박테리아가 적다는 사실을 현미경 관찰로 확인하며 사실로 증명됐고, 유럽 여러 나라에 여과장치를 갖춘 상수도 시설이 급속히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재택근무를 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SK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1, 2주간 필수 인력을 제외한 대부분 직원의 재택근무를 시작한 데 이어 삼성과 LG는 임산부나 자녀 육아가 필요한 직원들을 중심으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금융사나 네이버 카카오 등 정보통신(IT) 업체, 공기업 등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재택근무 확산은 이미 많은 기업이 원격근무 시스템을 갖췄기에 가능하다. 코로나19 때문에 기업들은 원격근무의 장단점을 실제 점검할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 미국 유럽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원하는 곳 어디서나 일을 하는 원격근무가 활성화해, 근로자 4명 중 1명이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일을 한다. 원격근무를 통해 직장생활을 계속하며 세계를 떠도는 ‘디지털 노마드’가 더는 뉴스가 되지 않을 정도다. 자유로운 재택근무는 육아 부담을 크게 덜어준다는 점에서 기업과 정부도 환영할 만하다. 의도치 않게 시작된 광범위한 재택근무에서 생산성이 얼마나 유지ᆞ향상되느냐에 따라 향후 원격근무 확대 속도가 결정될 것이다.

□ 코로나19가 기회를 제공한 또 하나의 혁신 시도는 시작도 못한 채 좌절될 모양이다. 정부가 병원 내 감염 최소화와 의료진 부담 완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허용하려는 전화 진료와 처방을 대한의사협회가 전면 거부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에 취약한 노인과 기저질환자들은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전화 진료의 부정확성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의협은 첨단 정밀 원격의료는 더 강하게 막아왔다. 세계 최고 정보통신망과 관련 기술을 갖추고도 원격의료 분야에서 미국ᆞ일본은 물론, 중국에도 뒤처지는 상황을 언제까지 지켜보기만 해야 할까.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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