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오. 사진 두루두루 아티스트 컴퍼니

가요기획사 JNH의 대표이자 작사가인 저자가 신문에 기고한 글을 모은 대중음악 비평집이다. 일반 음악 비평과 다른 점은 특정 가수나 앨범이 아닌 단일 곡의 가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팝 2곡을 포함한 41개의 명곡을 골라 노랫말의 가요사적 의미와 음악적 가치, 시대적 배경을 읽어냈다. 노랫말에만 온전히 집중하는 심각한 가사 비평은 아니니 정좌하고 읽을 필요는 없다.

저자는 각 노래의 가치와 감수성을 문학적 수사로 풀어내며 책 제목처럼 ‘이 한 줄의 가사’가 지닌 맥락과 의미를 건드린다. 흔히 노랫말의 장인들이라 불리는 조동진이나 하덕규, 정태춘, 김민기 같은 거장들의 곡만 다루는 건 아니다. 싸이의 ‘챔피언’, 혁오의 ‘톰보이’, 송골매의 ‘모여라’ 같은 곡도 있다. ‘챔피언’에선 ‘축제/숙제’ ‘함성이 터져/메아리 터져’ 등 딱 들어맞는 운율과 세계를 철저하게 향락적 주관으로 재구성해내는 뚝심을 읽어낸다. 저자가 보는 혁오의 가사는 ‘반지성주의의 늪에 빠져 있던 주류 음악계에 날리는 통쾌한 지적 일격’이다.

이 한 줄의 가사
이주엽 지음
열린책들 발행ㆍ272쪽ㆍ1만4,000원

인터넷 낙서 같은 조잡한 가사와 사회에 대한 통찰이나 영민한 감각, 깊은 감성을 담아낸 가사가 공존하는 가요계에서 저자는 되새겨 음미할 만한 곡들을 골라 대중음악의 선구자들이 어떤 언어와 감성으로 위대한 족적을 남겼는지 하나씩 짚어간다. 책에서 ‘가사가 시적이라고 그 자체를 시라고 할 수는 없다’고 단언하긴 했지만, 저자의 글과 함께 노래를 다시 들으면 노랫말이 시처럼 들리게 될지도 모른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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