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붓으로 섬세하게 그린다 한들 이토록 정교하고 화려할 수 있을까. 몸통보다 더 긴 꽁지깃은 그 자체로 오묘하면서도 우아한 자태를 뽐낸다. 푸른 빛의 깃털과 검은색, 갈색이 절묘하게 배합된 날개 무늬는 인간이 만든 어떤 예술 작품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조합이다. 저 날카로운 눈빛과 도도한 걸음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이 멋들어진 새의 정체는 금조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주로 서식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명금(鳴禽)이다. 하지만 지난해 6월 터진 호주 산불에 금조의 서식지는 3분의 1이상 사라졌다. 삶의 터전을 잃은 금조의 현실은 위태롭다. 그래서 어쩌면 이 사진은 금조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영정사진이 될지도 모른다. 사진작가이자 생물 다양성 보전 활동가인 조엘 사토리는 2006년부터 전 세계 멸종위기 동물 1만 3,000종의 생전 모습을 초상화로 기록하는 ‘포토아크’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이번엔 낸 ‘포토아크-새’(사이언스북스)에는 새 279종이 담겨 있다. 포토아크의 특징은 동물의 눈에 초점을 맞춰 촬영한다는 것. 사진 속 동물들은 누구도 아닌 곧 나를 쳐다본다. 그들은 이제 그들이 아니라 너와 나가 된다.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금조의 선명한 눈빛과 힘 있는 다리, 나풀거리는 깃털의 몸짓 하나 하나가 살려 달라는 절규처럼 들린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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