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테니스계의 스타 마리아 샤라포바(33ㆍ러시아)가 코트를 떠났다. 도핑 징계 이후에 부활을 꿈꿨던 그는 어깨부상을 이기지 못하고 테니스 인생의 종지부를 찍게 됐다.
샤라포바는 26일(현지시간) 공개된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코비 브라이언트(42)의 사고 소식을 들은 후 은퇴를 확실히 결심했다고 말했다. 샤라포바는 ‘좋은 자문자’였던 브라이언트에 대해 이야기 하면서 “우리가 하는 일 때문에 모두 때때로 (스스로를) 큰 존재인 것처럼 여기지만 실제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연약하다”며 “그때 인생에서 뭐가 중요한지 눈뜨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 잡지인 ‘보그 앤 배니티 페어’ 기고문을 통해 “테니스에 작별을 고한다”고 직접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1987년생인 샤라포바는 2001년 프로로 전향한 후, 2004년 윔블던 여자 단식 결승에서 세리나 윌리엄스(39ㆍ미국)를 꺾으며 윔블던에서 첫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이후 2006년 US오픈, 2008년 호주오픈과 2012년ㆍ2014년 프랑스오픈을 제패하며 커리어 그랜드 슬램까지 달성했다. 한참 주가를 올리던 2005년에는 MBC의 인기 예능프로그램이던 ‘무한도전’에 출연해 한국에 얼굴을 알렸다.
치솟았던 인기와 실력은 2016년 도핑논란을 계기로 하락세를 탔다. 2016년 1월 호주오픈에서 신규 금지 약물이었던 ‘멜도늄’ 양성 반응이 나온 것. 멜도늄은 신진대사와 운동 후 회복능력을 향상시키고 스트레스 완화에 효과가 있는 약물로, 2016년 1월부터 금지약물 명단에 올랐다. 당시 샤라포바는 “부정맥과 가족력이 있는 당뇨병 때문에 10년간 약을 복용해왔다”며 “새로 금지 약물이 된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결국 그는 항소심 끝에 15개월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샤라포바는 2017년 상반기 복귀했지만, 성적은 돌아오지 않았다. 여기에 심각한 어깨 부상이 더해지면서 그의 선수 생명은 점차 위태로워졌다. 올해는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브리즈번 인터내셔널과 메이저 대회인 호주오픈에 출전했으나, 모두 첫판에서 패배를 맛봤다. 좌절이 계속되면서 샤라포바는 “내가 막 공을 치려는 모습이나 허공에 떠있는 모습 등을 사진으로만 봐도 몸이 움츠러들 정도로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그는 팬들 앞에서 은퇴 경기를 치르지 않고 코트를 떠난다. 샤라포바는 “모두에게 이게 내 마지막 경기라는 것을 알리는 경기를 치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오지혜 기자 5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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