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디지털(Digital)’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물을 0과 1의 조합, 즉 이진법을 통해 표현한다는 것이다. 컴퓨터는 0과 1을 무한대에 가깝게 결합함으로써 아무리 방대한 정보라도 단숨에 처리할 수 있다. 미국의 응용수학자이자 과학자인 클로드 섀넌은 바로 그 이진법 방식의 정보처리 체계 ‘비트(Bit)’를 고안해낸 사람이다. 그가 ‘디지털의 아버지’로 불리는 이유다.

놀라운 건 세상을 뒤바꾼 발견이 불과 그의 석사논문에서 발표됐다는 것이다. 1948년 섀넌은 오늘날 ‘정보화 시대의 대헌장’으로 추앙 받는 논문 ‘통신의 수학적 이론’을 공개했다. 섀넌의 연구가 발표되기 이전에도 사람들은 정보의 개념에 대해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만 이른바 ‘정보혁명’이란 건 일어나지 못했다. 섀넌이 정보 전달에 관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했을 때 비로소 문자는 물론 소리와 이미지 등이 전세계로 퍼져나갈 수 있었다.

저글러, 땜장이, 놀이꾼, 디지털 세상을 설계하다
지미 소니, 로브 굿맨 지음ㆍ양병찬 옮김
곰출판 발행ㆍ476쪽ㆍ2만2,000원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에도 섀넌이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에 비해 인지도가 박한 까닭은 그의 성격과 관계가 있다. 그는 사람들의 주목을 싫어했고, 세상으로부터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 관조하는 연구를 선호했다. 그러면서도 체스나 외발자전거 타기 등 갖가지 놀이에 호기심이 많았다. 심지어 알츠하이머 병을 앓다 2001년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도 섀넌은 저글링에 관한 논문을 쓰고 있었다. 책은 ‘세상을 바꾼 괴짜 천재의 놀이본능’에 관한 이야기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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