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s4]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28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분당보건소를 방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대책본부에서 의료인의 도움으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015-06-28(한국일보)

지난 6일 오전 부산시청 2층 로비에서 ‘부산형 일자리 상생협약식’이 있었다. 하루 전부터 로비에 대형 무대를 설치하고 예행 연습을 했다. 한 전기자동차 부품생산 중견기업이 중국 대신 부산에서 협력업체, 지역과 힘을 합쳐 일자리를 만들기로 한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했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벤처기업부, 고용노동부 등 장관만 4명이 총출동했다. 지역 민주당 의원들도 참석했다.

부산뿐만 아니다. 서울과 경기에 비해 지역의 일자리 부족은 정말 심각한 문제다. 그러니 지역에 대규모 일자리가 생긴다는 것은 축하하고 기뻐할 일이다. 그래서 대통령은 같은 이유로 지난해 광주광역시도 가고, 구미, 군산도 갔다. 부산에는 장관들까지 대동해 축하하고, 격려했던 것이다. 순진하다 해도 그렇게 믿고 싶었다. 총선을 겨냥한 행보란 비판이 나오기도 했지만.

보름이 채 지나지 않은 지난 19일. 전날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대구에서는 새로운 확진자가 속출했다. 이날 대구시장은 호소문을 통해 “코로나가 이미 지역사회 깊숙이 퍼져 지자체 자체 역량만으로는 극복에 한계가 있다”면서 “중앙 정부 차원의 현 상황에 맞는 대책 전환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시장 뒤편에는 지역 병원장과 의료기관장들이 도열해 있었다.

이날 오후 국무총리가 대구를 찾아 적극적으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장인 보건복지부 장관은 22일 밤 대구시청을 방문했다. 주무장관이 정부에서 코로나19 경계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기 직전에서야 대구를 찾은 것이다. 다음날 오전 브리핑에서 대구시장은 기자들에게 정부 지원에 대해 “정부가 의지는 있는 것 같지만 실천이 더딘 거 같다”고 말했다.

대충 이 정도면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짐작할 수 있을 테다. 예부터 우리나라엔 ‘지인 경사(慶事)는 지나쳐도 애사(哀事)는 꼭 챙겨야 한다’는 말이 있다. 코로나19 최대 피해지역인 대구와 경북에만 사망자가 10명 넘게 나왔다. 확진자는 2,000명을 향해 가고 있다. 병상과 의료인력이 절대 부족한 상태다. 애사도 이만저만한 애사가 아니다. 그간 전화만 하던 대통령은 지난 25일에서야 대구를 찾았다. 늦어도 이만저만 늦은 게 아니다.

부산에 일자리 만든다는 자리에는 관련 장관들까지 대거 이끌고 신속하게 참석하면서 재앙이 발생한 대구에는 왜 그렇게 더디게 갔나. 꽃밭에는 가고 싶고 진흙밭에는 가기 싫었던 모양새다. 대구와 경북의 대통령 지지도가 낮아서? 대통령이 가면 정말 심각한 상황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기에? 여러 억측들이 코로나19 가짜뉴스처럼 나올 판이다.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총체적으로 방역에 실패한 듯하지만 그걸 탓하고 싶은 게 아니다. 사태 해결도 중요하지만 지역의 힘듦을 진심으로 챙기기 위한 한 걸음이 아쉽다는 것이다. 그러니 실천도 빨리 이뤄지지 않는다.

나는 대구나 경북 사람이 아니다. 대구에는 행사 참석차 서너 번 가본 적이 있을 뿐이다. 그 지역 사람이 아닌데도 대통령의 더딘 걸음에 속이 탔다. 그곳에 사는 분들, 환자, 의료진 등의 심정이 어떨까 싶다.

대통령은 그날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다음날 대구시장은 “지난 일주일 동안 정부에 호소했지만, (병상과 의료인력 절대 부족이) 아직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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