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연인을 폭행하고 “직장에 미혼모가 된 사실을 알리겠다”며 협박한 혐의로 1심에서 벌금 500만원형을 받은 4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 이일염)는 폭행 및 협박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2016년 3월 연인 B씨의 어머니와 낙태 문제로 말다툼을 하던 중 입덧으로 침대에 누워 있는 B씨의 손목을 잡아 끌어당기고 손으로 배를 친 혐의를 받았다. 같은 해 7월에는 임신 8개월차 B씨에게 “내가 언제 너랑 결혼한다고 했냐, 딸이라서 책임 못 지겠다” 등의 발언을 하며 B씨의 어깨 등을 수회 때린 혐의도 받았다. A씨는 또 B씨의 출산소식을 들은 뒤 “회사에 미혼모가 된 사실을 알리겠다”며 협박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A씨가 공소사실과 같은 말을 하여 피해자를 협박한 것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면서도 “각 사건 이후 피해자가 보인 태도 등 여러 사정을 좀 더 면밀히 검토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각 공소사실이 진실한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정도에 이르지 못하였다”고 했다.
재판부는 먼저 “첫 번째 사건 이후 두 사람의 메신저 대화를 보면 A씨가 피해자의 배를 주먹으로 때렸다고 볼 만한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또 “B씨의 어머니가 A씨와 감정적으로 대립하고 있었음에도 폭행에 대해 항의하는 내용이 기록상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이 일단 그 자리를 모면하고자 피해자를 병원에 데리고 가겠다며 손목 부위를 잡은 것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두 번째 사건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한두 시간이 지나 피해자가 먼저 피고인에게 같이 병원에 가자고 부탁했고, 태동이 늘어나는 등 긴급히 병원을 방문한 사정은 있던 것으로 보이나 당시엔 폭행 사실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한편 이 사건 고소 직후 병원에서 발급받은 진단서에 처음 폭행사실이 언급됐기 때문에 진단서만으로는 폭행사실을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협박에 대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그와 같은 사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B씨가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 일관되게 진술해 신빙성을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며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윤주영 기자 ro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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