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에게 2,000억원대 피해를 안겼던 ‘중국 고섬사태’와 관련해 당시 상장주관사였던 한화투자증권은 과징금 부과대상이 맞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7일 한화투자증권이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중국 고섬은 2010년 9월 말 기준 분식금액이 약 1,016억원에 달했음에도 이 같은 사실을 숨기고 허위사실을 기재한 증권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2011년 1월 국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후에야 뒤늦게 이 같은 사실이 발각됐고, 같은 해 3월 거래가 정지돼 10월에 상장폐지 됐다. 이로 인한 투자자들의 손실액은 약 2,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는 2013년 10월 △중국고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에 대한 확인절차를 거치지 않아 거짓기재를 방지하지 못한 점 △중요 투자위험요소의 기재누락을 방지하지 못한 점 등의 과실을 들어 한화투자증권에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한화투자증권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고, 1ㆍ2심은 과징금 부과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표주관회사인 대우증권이 실제 업무를 처리했고, 한화투자증권은 인수인에 불과해 과징금 부과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1심 재판부의 설명이다. 1심 재판부는 또 “발행인이 증권신고서의 주요사항에 대해 거짓을 기재했을 때에는 발행인이 과징금 부과대상에 해당할 뿐, 증권의 인수인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2심은 1심의 이 같은 판단이 맞다고 보고 항소를 기각했다.
반면 대법원은 한화투자증권 또한 투자자 손실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증권의 모집ㆍ매출은 발행회사가 직접 공모하기 보단 인수인을 통해 간접공모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투자자들은 시장의 ‘문지기’ 역할을 하는 인수인의 평판을 신뢰해 그로부터 투자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취득하고,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인수인이 비록 증권신고서 등의 직접적인 작성 주체는 아니지만, 중요서류에 거짓기재 또는 기재누락을 방지하기 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의 이날 판결은 인수인이 발행시장의 ‘문지기’로서 부담하는 투자자 보호의무와 그에 따른 책임에 관한 법리를 처음으로 판시한 것이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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