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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코로나19가 끝나도 유연근무제는 확산돼야

입력
2020.02.28 04:3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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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뛰어난 직원은 가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존재이기 때문에, 회사가 그 재능을 독점할 수는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회사에서 뛰어난 직원은 가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존재이기 때문에, 회사가 그 재능을 독점할 수는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정부대책 중 하나가 유연근무제의 확대이다. 덜 모이고 덜 이동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유연근무제는 시차출퇴근, 재택근무, 원격근무 등이 해당된다.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에는 유연근무제를 실시하는데 따른 지원도 확대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늘어나는 감염자들로 인해 혹시 직원 중 감염자가 나와 회사 전체 업무가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을 우려해 유연근무제를 고려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한두 주 큰 고비를 넘어가기 전까지 한시적 재택근무를 선택한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아이들 어린이집이 휴원하고 학교들 개학이 늦춰지면서 아이를 돌볼 부모가 집에 있어야 하는 상황도 반영된 결정이다.

유연근무제는 정부가 그렇게 정책적으로 강조해도 기업들이나 심지어 공공기관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제도이다. 경영진 입장에서는 직원들이 모여야 일이 되고 눈에 보여야 관리가 되기 때문이다. 우발적 상황에서 기업들이 유연근무제를 실험하고는 있으나 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원래로 돌아갈 가능성이 많다.

기업들이 그렇게 꺼리는 유연근무제는 왜 그렇게 정책적으로 중요했던가? 지금은 코로나19 대책의 하나이지만 이전까지는 중요한 저출산 고령화 대책이었다. 아이들을 낳아야 세금과 연금제도 등이 유지되고 생산가능인구가 급격히 줄어드는 상황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큰 이유가 일하면서 아이 키우기 힘들다는 것이니 일과 가정이 양립하기 위한 유연근무제가 중요한 것이다.

조속히 코로나19 비상사태가 종식되길 바란다. 그러나 유연근무제는 현재도 조용하게 진행되고 있는 또 다른 공동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확산되어야 한다. 코로나19 뉴스에 묻혀 별로 주목하지 않고 있지만 2019년 합계출산율이 0.92명으로 발표되었다. 공동체가 유지되려면 합계출산율이 2.1%가 되어야 하니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다.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1명이 안 되는 합계출산율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직원 4명중 1명이 재택 또는 원격근무를 한다. 통근지옥 상황을 피하고 심리적으로도 가족을 돌보기 편한 장소에서 근무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직장으로 차를 끌고 나오는 상황을 피하면서 심각한 미세먼지 피해도 줄일 수 있다. 일부에서 생산성에 영향을 준다는 평가도 있지만 생산직이 아닌 이상 생산성은 일을 대하는 개인의 동기와 의욕이 매우 중요하다.

억지로 정해진 공간에서 정해진 시간을 채우는 방식으로는 창의적 능력이 나오기 어렵다. 몇 년 전 미국의 일류기업 인사담당자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생각난다. 회사에서 뛰어난 직원은 가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존재이기 때문에, 회사가 그 재능을 독점할 수는 없다. 그렇게 하면 결국 직원이 이직하는 상황을 자주 본다는 것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은 우수한 인재들을 채용하고 유지하는 중요한 경영전략인 것이다.

이번 우발적인 재택근로 실험을 통해서 기업들이 재택근로의 장점은 강화하고 단점은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길 바란다. 모이지 않아도 되고 멀리 있어도 되는 노동이 가능하려면 직무를 객관적으로 분류하고 시공간에서 유연하게 작업하더라도 그 성과를 정확히 평가하는 직무중심 인사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상사는 지시가 아니라 종합적인 과정관리를 해야 한다. 승진하려면 연공형 자동 승진이 아니라 이런 능력이 필수가 되어야 한다.

아울러 정부나 지자체도 지역별로 도서관이나 주민 센터 시설을 보완해서 집에서 일할 환경이 안 되는 분들에게 원격 근무가 가능하도록 하고 대규모 공동주택 단지에는 스마트워크 센터를 만들어야 한다.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들이 스마트 워크 카페를 만들어 집 앞에서 편하게 일을 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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