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방법’이 독특한 소재와 파격적인 연출을 무기로 독보적인 세계관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그 동안 다양한 장르물을 선보여 왔던 tvN이지만, 그 중에서도 ‘방법’이 가지는 존재감은 어딘가 특별하다. 이는 바로 ‘천만 감독’에서 드라마 작가로 변신한 연상호와 tvN이 그린 빅 픽처 때문이다.
지난 10일 첫 방송을 시작한 ‘방법’은 한자 이름, 사진, 소지품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주의 능력을 가지고 있는 10대 소녀와 정의감 넘치는 사회부 기자가 IT 대기업 뒤에 숨어 있는 거대한 악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다.
‘방법’은 첫 방송 전부터 천만 영화 ‘부산행’을 연출했던 연상호 감독의 첫 드라마 시나리오 집필작으로 알려지며 큰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영화 ‘기생충’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선보였던 배우 정지소를 필두로 엄지원, 성동일, 조민수, 정문성 등 탄탄한 연기력을 자랑하는 배우들의 캐스팅 소식까지 더해지며 이들을 향한 기대와 궁금증이 증폭됐다.
베일을 벗은 ‘방법’은 첫 방송부터 강렬했다. 타인에게 저주를 걸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방법’을 소재로 악귀, 무당 등이 등장하며 역대급 오컬트 장르물의 탄생을 알린 것이다. 샤머니즘과 무속신앙 등 그간 국내 드라마에서 쉽게 다뤄지지 않았던 소재들은 마니아층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이 가운데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방법’이 그간 tvN 장르물들이 선보인 것들과는 다소 다른 결의 장르물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방법’의 첫 방송 이후 시청자들 사이에서 가장 두드러졌던 반응은 ‘OCN 장르물 같다’는 평가였다. ‘방법’에서 선보인 높은 수위의 연출과 ‘초자연 유니버스’라는 세계관, 방법사 소녀와 인간의 탈을 쓴 악귀의 등장 등 초월적 존재가 주가 되는 오컬트물은 그간 주로 OCN에서 강세를 보여 왔던 장르였기 때문이다.
tvN 역시 그 동안 다양한 장르물을 선보여왔지만, 그 중 대부분은 ‘시그널’ ‘비밀의 숲’ ‘라이프 온 마스’ 등으로 대표되는 수사 장르물이었다. ‘방법’처럼 짙은 오컬트 장르의 특징을 가진 작품은 채널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이 같은 tvN의 시도는 특정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실험적인 편성을 통한 스펙트럼 확장을 해 나가겠다는 채널의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CJ ENM 미디어콘텐츠본부 편성&기획국 이기혁 국장 역시 ‘방법’의 편성 이유가 tvN의 ‘편성 지향점’과 맞닿아 있음을 강조했다.
이 국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tvN에서 장르물은 꾸준히 편성 돼 왔지만, ‘방법’이 한국의 토속 신앙에 장르적 요소를 결합하면서 새로운 시선으로 봐 주시는 것 같다”며 “그 동안 tvN에서 선보인 작품들이 그래왔듯, 앞으로도 tvN은 실험적인 캐릭터나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 작품들을 꾸준히 편성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방법’은 다장르 작품 편성을 지향하는 tvN의 목표점을 다시 한 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또 그간 특정 채널에 편중돼 있던 오컬트 장르물을 tvN만의 색채가 담긴 ‘웰메이드 드라마’로 완성하며 채널의 편성 스펙트럼을 한층 넓혔다.
그런가 하면 작가로 변신한 연 감독 역시 ‘방법’을 통해 ‘세계관 확장’이라는 큰 그림을 완성시켰다.
연 감독은 그간 ‘돼지의 왕’ ‘부산행’ ‘서울역’ ‘염력’ 등을 통해 자신만의 세계관을 구축해 왔다. 하지만 영화의 경우 한정된 러닝타임 안에 모든 서사를 담아내야 한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어 광활한 세계관을 구현해내기 어렵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이 같은 한계는 드라마라는 매체를 통해 극복됐다. 총 12부작으로 구성된 ‘방법’을 통해 연 감독은 한층 더 풍성하고 밀도 있는 서사를 완성했고, 이는 곧 ‘연상호표 세계관의 확장’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앞서 연 감독은 ‘방법’ 제작발표회 당시 “시청률 3%를 넘으면 시즌2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놓았으며, 3회 만에 ‘방법’이 시청률 3.7%를 돌파한 이후에는 “시즌2는 물론 영화를 통해서도 ‘방법’의 세계관을 확장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방법’을 통해 스크린과 안방극장의 경계를 무너트린 연 감독이 이를 계기로 향후 어떤 유의미한 결과물을 탄생시킬지, 이목이 집중된다.
연상호와 tvN이 ‘방법’을 통해 그린 ‘빅 픽처’가 제대로 통했다. 이들의 큰 그림 속 진화할 ‘방법’의 미래가 기대된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