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검반 가동 하루만에 ‘무자료 거래’ 시도 적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마스크 수급에 차질이 생기자 국세청이 ‘사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집중 단속에 나서고 있다. 국세청 직원들이 마스크 업체에 상주하면서 전 유통과정을 살피는 것은 물론, 현장 점검반을 가동해 시장교란행위도 잡아내고 있다. 국세청은 점검반 가동 하루만에 이미 무자료 거래를 시도한 업체를 적발해 내기도 했다.
국세청은 25일부터 국내 마스크 제조업체 41개사와 온라인ㆍ오프라인 유통업체 222개 등 총 263곳에 ‘베테랑’ 조사요원 2명씩 총 526명을 배치해 마스크 제조, 도소매, 수출 등 전 유통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주요 점검 내용은 △마스크 제조업체의 무신고 직접판매 △매점매석 행위 △판매기피 및 가격 폭리 △유통구조 왜곡 △브로커ㆍ중개상의 유통구조 문란행위 △무자료거래 등이다.
조사요원들은 당분간 국세청이나 세무서가 아닌 담당 업체로 매일 출근해 다른 업무를 제쳐두고 시장교란행위 점검 업무에 매진한다. 정부의 ‘마스크 및 손소독제 긴급수급조정조치’가 26일부터 시행되면서, 국세청 직원들은 식품의약처와 함께 마스크 일 생산량의 50% 이상이 농협, 우체국, 약국 등 ‘공적 판매처’로 제대로 공급되는지도 점검할 예정이다.
국세청은 일제점검 착수 하루만인 26일 한 유통조직이 A유통업체에 접근해 무자료 거래를 시도하던 것을 적발했다. 이 조직은 자신들이 수출용으로 확보한 마스크 30만장을 개당 2,800원씩 총 8억4,000만원에 한꺼번에 넘기려 했다. 국세청은 즉시 현장 조사팀을 꾸려 이 유통조직을 추적하는 중이다. 일부 매점매석 혐의 업체의 경우 아예 사업장 문을 닫고 잠적하기도 했다.
다만 대부분의 마스크 관련 업체들은 세금계산서를 정상적으로 발행하는 등 정상 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이 운영하는 일제점검반은 26일 충북 음성 소재 마스크 제조업체인 웰크론, 한송을 연이어 방문해 현장 점검을 진행했다. 웰크론에서는 원사 등 재고가 제대로 관리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한송에서도 마스크 생산 과정에서 완제품이 새 나갈 구멍은 없는지를 점검했다.
두 회사 모두 일제 점검반의 질의에 적극적으로 응하고, 거래 증빙 자료를 정상적으로 남기는 등 ‘모범업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도성오 한송 크린룸 총괄 부사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로 원재료 수급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제조시설을 쉬지 않고 돌려 국민의 수요가 충족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세청은 마스크를 사재기해 중국 보따리상과 현금 거래를 하거나, 일방적으로 주문 취소를 한 뒤 다시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폭리를 취하는 업체가 적발되면 즉시 세무조사를 진행해 부당 이득을 세금으로 환수할 계획이다.
임광현 국세청 조사국장은 “마스크 시장이 안정될 때까지 가용 인력을 총 동원해 현장을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부터 국내에서 생산 된 마스크 절반 이상을 우체국, 농협, 약국 등 공적 유통기관을 통해 공급한다. 우선 공급하는 물량은 500만장인데 이 중 100만장은 대구ㆍ경북 지역에, 50만장은 의료진에게 배정하고, 나머지 350만장은 공적 유통기관에 푼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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