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권 침해” 논란 일자 방침 백지화
일부 군 부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며 격리시설 설치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논란이다. 하루아침에 주거공간에서 쫓겨나게 된 초급 간부들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커지자 부대는 방침을 백지화했다.
26일 육군 수도군단에 따르면 인천 A사단은 전날 영내 독신자 숙소에서 생활하는 초급간부들에게 27일까지 퇴거를 명령했다. 고작 이틀 말미를 주고 비워달라고 통보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 환자 접촉자 등을 임시로 수용할 격리시설로 쓰기 위해서다. 이 부대 독신숙소엔 미혼 초급 간부 100여명이 살고 있다.
초급간부들은 갑작스러운 통보에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B씨(30대ㆍ부사관)는 “엄연히 계약서를 쓰고 입주했고, 관리비도 납부하고 있는 만큼 거주기간 숙소 소유권은 나에게 있다”며 “강압된 명령으로 아무 보상도 없이 주거권이 침해됐다”고 전했다.
빈 숙소나 부대회관 등 제3의 장소도 많은데, 100여명이 사는 독신숙소를 격리시설로 만들려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신종 코로나 군내 확산을 막는데 급급하다보니 우왕좌왕한 흔적도 역력하다. B씨는 “다른 대안은 검토하지 않았다”며 “결혼 안 한 초급간부라 이런 부당한 대우를 받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고 했다.
독식 숙소를 격리시설로 쓰는 다른 부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기지역 부대 간부 C씨(40)는 “사전에 이해를 구하고 사후 대책까지 마련해준 다음에 퇴거를 통보해야 하는데 이런 점이 미흡하다 보니 불만을 가진 간부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A사단은 인권침해로 번질 조짐을 보이는 등 논란이 일자 이날 방침을 철회했다. 대신 시설이 낡아 사용하지 않는 다른 숙소를 정비해 격리시설로 사용키로 했다. A사단 관계자는 “확진자 발생에 대비해 1인1실을 원칙으로 하다 보니, 원룸 형태인 독신숙소를 격리시설로 지정해 퇴거 통보한 것”이라며 “계획 수립단계에서 소통과 협조를 얻는 과정이 미흡했다”고 밝혔다.
한편 군 당국은 22일부터 전 장병의 휴가ㆍ외출ㆍ외박ㆍ면회를 통제했다. 군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3명, 격리인원은 7,500여명에 달한다.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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