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60종 이상 신차 예정 ‘골든 사이클’ 기대했지만
현대기아ㆍBMWㆍ페라리 등 신차 출시 줄줄이 연기ㆍ취소
자동차 400만대 생산 또 밑돌수도… 장기화땐 생산ㆍ인도 차질 불가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가 국내 자동차 산업에 갈수록 짙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중국산 부품 부족으로 공장 셧다운(가동 중단)을 겪은 업체들이 국면 회복 카드로 준비했던 신차 출시마저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줄줄이 차질을 빚고 있는 탓이다. 벌써부터 올해 국내 자동차 산업이 10년 만에 연간 생산량 400만대 선이 무너졌던 지난해 이상의 불황을 겪을 거란 우려도 일고 있다.
26일 현대자동차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이 회사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당초 다음달로 예정했던 3세대 모델 ‘G80(프로젝트명 RG3)’ 출시 시기를 2분기 중으로 연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감염 위험 때문에 신차 출시 행사 개최가 여의치 않고, 사태가 진정돼야 대중들의 관심을 모으기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3세대 G80은 제네시스 브랜드 주력 준대형 세단으로, 2013년 11월 2세대 모델 출시 이후 6년 반 만의 신차다. 원래 지난해 출시될 예정이었지만 개발 과정에서 파워트레인(동력계통), 전장부품 등의 완성도를 높이느라 출시 시점이 수차례 연기됐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출시 예정이었던 7세대 아반떼(프로젝트명 CN7)와 싼타페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 모델 출시도 늦추는 것을 검토 중이다. 기아차는 내달 10일로 예정된 4세대 쏘렌토 국내 출시 및 시승 행사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
르노삼성자동차도 신종 코로나 여파로 내달 4일 열려던 쿠페형 크로스오버(CUV) ‘XM3’ 미디어 공개 및 시승 행사를 취소했다. 다만 판매는 예정대로 9일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부산 공장에서 생산하는 XM3가 내수와 수출을 책임질 핵심 신차라 출시를 미룰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신차 출시에 차질을 빚긴 해외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당초 지난 19일 뉴 1ㆍ2시리즈 미디어 행사를 준비하던 BMW코리아는 다음달로 행사를 연기했다가 신종 코로나 확산이 심상치 않자 결국 취소를 결정했다. 인천 영종도의 BMW 드라이빙센터도 이날 임시 휴관에 돌입했다.
페라리는 오는 27일 청담 전시장에서 진행하려던 ‘812 GTS’ ‘F8 스파이더’ 출시 행사를 취소했다. 람보르기니도 다음달 2일로 예정됐던 ‘우라칸 에보 RWD’ 발표회를 취소했다. 포르쉐 신형 모델 ‘911’은 출시 행사 없이 판매에 돌입했다.
올해 60종 이상의 신차가 출시되며 ‘골든사이클(황금기)’에 돌입할 거라 전망해온 국내 자동차 업계는 낭패감이 역력하다. 업계에선 연초 생산공장 연쇄 가동 중단으로 발생한 생산 차질 규모가 이미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신차 출시와 생산ㆍ인도 차질이 겹치며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을 거란 우려가 크다.
비상경영에 준하는 움직임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금협상 교섭 기간 단축 등을 통해 노사 간 불필요한 소모를 줄인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또 매출이 줄어 어려움을 겪는 협력사를 위해, 시장 수요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생산을 늘려 협력사가 안정적으로 일감을 확보하도록 도울 방침이다. 또 다른 대형업체 관계자는 “단순한 출시-생산-판매 구조를 넘어 산업 전체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종은 기자 rje31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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