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급증 뒤엔 세계 최고 진단능력
방역당국 저인망식 선별전략 칭찬할만
신종 감염병과의 용감한 싸움에 박수를
불안하고 허탈한가. 자존심마저 상하는가. 그렇다면 생각해 보자.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이 넘도록 무엇을 했는지. 이런 사실을 보게 될 것이다. 회피하지 않고 가장 용감하게 코로나19와 싸우는 나라가 우리나라라는 것을.
우선 우리나라의 가공할 진단 능력과 저인망식 선별이 놀랍다.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가 21일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 9,000여명을 자가격리 하고 유증상자부터 전수조사를 한다고 했을 때, 저 많은 수를 어떻게 감당하랴 싶었다. 걱정은 불필요했다. 유증상자 1,200여명 검사는 완료됐고 상당수 확진자를 찾아냈다. 하루 7,500건의 검사 능력을 보유한 덕분이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지역 전파가 시작되기 전부터 방역 당국은 대량 진단에 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방심한 적이 없다. 부지런히 진단키트를 만들고 검사기관을 준비했다. 26일 오전 기준 국내에서 검사를 받은 인원은 4만5,000명에 달한다. 이 중 1,14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일본에선 4,500여명을 검사해 855명이 확진됐다. 미국은 검사한 수백명 중 50여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한국에서 확진자가 많아 보이는 것은 높은 진단 능력과 민주적 시스템, 자유로운 언론 덕분”이라는 게 미 시사주간지 타임의 진단이다.
지금 방역 당국은 고위험군 중심으로 저인망식 선별 전략을 펴고 있다. 신천지 대구교회처럼 청도대남병원 환자ㆍ의료진을 전수조사했고, 25일엔 대구에서 감기 증상을 보이는 약 2만8,000명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감염자 추적으로 막을 단계를 넘어서자 발병 위험이 큰 집단을 훑어서 환자를 찾아내고 치료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진단능력을 갖추지 못한 외국은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그러면 감염자를 알지 못한 채 결국 노인과 기저질환자가 위험에 노출된다. 감염자를 앞서 찾아내 치료하겠다는 선제 노력에 박수를 칠 만하지 않은가.
투명한 정보공개는 메르스 때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메르스 당시 이름을 말할 수 없는 저 ‘볼드모트 병원’은 병원 내 감염 진원지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환자들이 희생됐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중대본과 지자체는 확진자 동선을 모두 알려 혼선과 불안을 최소화했다. 신용카드 사용내용, 휴대전화 통신기록, CCTV 등을 통해 거짓말과 기억오류까지 잡아냈다. 연락이 안 되던 670명의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들도 소재 파악이 거의 다 됐다. 대구지방경찰청이 23일부터 본청과 일선 경찰서 수사 인력 600여명을 동원한 결과다. 전 국민이 매일 얼굴을 보는 정은경 중대본 본부장의 차분한 설명은 국민 신뢰를 유지하는 데 크게 공헌하고 있다. 그는 질문의 핵심을 정확하게 파악하며 흔들림 없이 투명하게 답한다. 정 본부장을 비롯해 방역 일선에서 수고하는 모든 분들의 건강을 기원한다.
현장에서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은 진정한 영웅들이다. 의료진 부족에 시달리는 대구ㆍ경북으로 달려가면서 가족들이 걱정할까 봐 “차출됐다”고 말하는 공중보건의, “피부과 전공이지만 지원할 일이 없겠느냐”는 지역 의사, “나도 환자를 돌볼 수 있도록 자가격리를 풀어 달라”고 호소하는 인턴, 감염 위험을 감수하며 격리 병상을 지키는 간호사들이 있다. 전국 각지에서 의사 간호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들이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집결하고 있다. 자기 목숨을 걸고 묵묵히 타인의 생명을 구하는 모든 의료진과 보조 인력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신종 감염병에 대처하며 부족하거나 잘못한 것이 왜 없으랴. 우한 교민 격리 시설 위치를 놓고 오락가락한 일부터 시작해 말실수와 엇박자가 없지 않다. 하지만 우리에겐 세계 최고 전문가가 있고, 투명한 정부가 있으며, 헌신적인 의료진이 있다. 이들이 있는 한 우리는 결코 이 영악한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지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에 맞서 싸운 이 경험은 훨씬 치사율이 높은 위험한 감염병이 출현할 때 비로소 빛을 발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이기고 있다.
김희원 논설위원 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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