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상 타결 못 한 정상회담 “내 친구” “위대한 리더” 치켜세워트럼프, 인도계 표심 노리고 모디는 시위 국면 타개 이벤트로
“실속은 적었고 정치적 사심만 가득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5일(현지시간) 전날부터 36시간 동안 이어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도 국빈방문을 이렇게 평가했다. 양국 간 무역협상엔 진전이 없었던 반면 인도계 표심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무슬림 배제 논란에서 벗어나려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가득했다는 것이다. 이 와중에 인도 사회는 시민권법 개정안 찬반 논란이 격화하며 20여명이 사망하는 등 발칵 뒤집혔다.
양국 정상은 1박2일 내내 정치적 동반자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공을 들였다. 모디 총리는 첫 날 세계 최대 크리켓 경기장에 10만명을 불러모아 ‘나마스테(안녕) 트럼프’라는 환영행사를 열어줬고, 트럼프 대통령을 ‘내 친구’라고 소개했다. 그는 둘째날 뉴델리 정상회담에서도 30억달러 상당의 미국 무기를 구매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마이크를 잡을 때마다 “모디 총리는 위대한 리더”라거나 “미국은 인도를 사랑한다”는 등 우호적인 메시지를 발신했다.
하지만 정작 양국이 갈등을 빚고 있는 무역협상에선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두 정상은 상대국의 관세 및 무관세 장벽 인하를 요구하면서도 자국이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하는 데에는 주저했다. 결국 양국 간 무역협상 타결은 추후로 미뤄졌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인도 방문이 두 정상의 정치적 입지 강화 수단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당시 16% 득표에 그쳤던 인도계 미국인의 표심잡기 절실한 상황이고, 경기 침체와 시민권법 개정 반대 시위에 직면한 모디 총리에겐 국민적 관심을 돌리기 위한 정치적 이벤트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인도 사회의 내부 갈등은 격렬하게 폭발했다. 무슬림 차별 논란을 빚은 시민권법 개정안 찬반 세력 간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지면서 23일부터 26일 사이 사망자만 23명이나 나왔을 정도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당시 무슬림 이민자 입국 금지를 공약했던 데 대한 반발과도 무관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모디 총리와의 공동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그건 인도에 달려 있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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