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 위생용품 판매대 앞에서 고객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말 그대로 없어서 못 판다. 운 좋게 입수한 정보를 쫓아 출·퇴근길에 찾아간 약국이나 편의점 앞은 장사진이기 일쑤다. 판매가격은 이미 부르는 게 값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불거진 ‘마스크 대란’ 얘기다.

전국이 마스크 구하기로 들끓고 있다. 여느 때 같으면 손쉽게 구할 수 있었던 마스크가 신종 코로나에 ‘귀한 몸’이 됐다. ‘보건용 마스크 10개를 5만원에 판다’는 온라인 마켓에 한 누리꾼이 올린 ‘그 돈 주고 마스크를 살 바엔 방독면을 사서 쓰고 다니겠다’는 냉소적인 댓글엔 수많은 공감이 표시됐다.

신종 코로나에서 빚어진 이번 대란은 기본적으로 모자란 공급 물량에, 해외로 빠져 나간 마스크 관리 실패 등이 더해지면서 파생됐다. 관세청 등에 따르면 지금까지 생산량의 절반 이상이 반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적어도 ‘하루에 1,200만개 이상 제공된 마스크가 다 어디로 간 것인가’란 의문은 풀린 셈이다.

문제는 또 다른 이유에서 ‘제2의 마스크 대란’이 올 수 있다는 데 있다. 마스크 필수 원자재인 ‘멜트블로운 부직포(MB필터)’ 재고량이 바닥을 보이고 있어서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하면 국내 마스크 생산업체는 133개다. 이 중 규모가 큰 업체들은 국산 제품을 쓰지만 영세한 업체들은 주로 중국에서 필터를 조달해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산 원부자재 수입이 눈에 띄게 줄었다. 경기 포천의 한 필터 제조업체 관계자는 “몇 주 전부터 중국에서 필터가 들어오지 않고 있는 데, 중국산을 쓰던 마스크 제조업체들이 우리에게 필터를 공급해달라며 매달린다”며 “필터가 바닥나서 공장 가동을 중지한 곳도 여러 군데 봤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의 현장 진단은 달랐다. 관계당국에선 이 필터의 국내 수급 물량을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수 차례 취재 끝에 “국내에서 80%, 해외에서 20% 정도 되는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여기에 “일부 영세 마스크 제조업체에서 문제의 필터 공급 부족으로 공장 가동이 멈출 수 있을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은데, 그 정돈 아니다”는 한가한 소리까지 덧붙였다.

만약 현재 상황에서 마스크 생산 중단이 도미노로 이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이 시점에 관계 당국의 이런 안일한 태도가 놀라울 뿐이다. 국민들은 이 시간에도 마스크 ‘한 장’이 아쉬워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산업부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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