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절대 안 걸리는 법’ 이라는 제목의 만화가 화제다. 침대에 누워 하루 종일 스마트폰 화면을 쳐다보다 잠이 드는 한 남성의 모습을 담았다. 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으로 옮아가는 것이라 아예 접촉하지 않으면 감염될 일도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여 준다.
며칠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처음 봤을 땐 만화적 상상력을 ‘웃프게(웃기면서도 슬프게)’ 보여준 것이라고 여겼지만 하루가 다르게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과 지방자치단체 수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어느새 실화로 받아들여지게 됐다.
기업의 재택 근무, 학교의 개학 연기, 종교 단체의 행사 취소, 스포츠의 무관중 경기 등이 한꺼번에 일어나고 있다. 사회 전반에 걸쳐 사람이 모일 만한 상황 자체를 애초에 만들지 말자는 분위기다.
어쩔 수 없이 사람들과 섞여야 하는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는 곁에 있는 사람이 마스크를 썼는지, 기침을 할 때 팔로 가리는지 등을 따진다. 만약 마스크도 안 쓴 채 기침을 공기 중에 하는 사람이라도 있으면 주변 사람 모두가 째려 보거나 날카로운 목소리로 ‘조심하시죠’라며 쏘아붙인다. 엊그제는 서로 모르는 두 남성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마스크와 기침 때문에 몸싸움까지 벌이다 경찰서에 가야 했다는 뉴스도 나왔다.
특정 종교집단이 바이러스 확산과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 보니 혹시 이웃 중에 그 종교를 믿는 신도가 있는지, 확진자의 이동 경로 중에 자신이 들른 곳이 있는지 따져 보느라 모두들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죽했으면 불안과 공포 속에서 힘들어하는 일반인을 위한 ‘심리 방역’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조언도 있을 정도다.
그나마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따뜻한 소식들이 상처 입은 마음에 임시 처방약 역할을 해 준다. 전국에서 200명 넘는 의료진들이 감염될 위험도 무릅쓰고 폭증하는 검사 수요와 감염자 치료 등을 돕기 위해 필요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대구·경북에 모이고 있다.
‘대구맛집일보’ ‘포항맛집’ 같은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들은 손님이 끊긴 식당들을 대신해 신선한 음식 재료를 공개하고 시민들이 일반 판매 가격보다 싼 값에 구입할 수 있게 연결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때문에 외식을 자제하는 시민들의 주문이 몰리면서 몇 시간 만에 재료가 다 나갈 만큼 호응이 좋다.
대구의 중학생들은 코로나19의 국내외 상황과 현재 위치와 가까운 선별진료소를 알려 주는 ‘코로나나우’라는 사이트를 직접 개발해 일반에 공개했다. 많은 이들은 “#힘내라 대구경북” “#코로나이깁시다” 라는 해시태그를 단 글을 공유하고 있다.
나이, 지역, 직업 상관 없이 시민 각자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런 노력들은 ‘나비 효과’를 불러 일으키며 모두의 마음을 가깝게 이끌어 주고 기운 나게 해 준다.
이달 중순 전주 한옥마을의 건물주들이 코로나19로 최악의 상황에 처한 자영업자들을 위해 임대료를 일시적으로 낮추겠다고 선언하며 시작된 ‘착한 건물주’ 운동은 서울(남대문 시장·동대문 시장), 부산(전포 카페거리) 인천(송도 트리플스트리트), 대전(중앙로지하상가), 광주(1913송정역시장) 등 전국 곳곳에서 160여명(2,800여개)의 임대인이 참여할 정도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는 시간의 문제일 뿐 머지 않아 사라질 것이라 말한다. 감염되면 의학적 치료를 받으면 되지만 그 때까지 감염되지 않더라도 해야 할 일들은 있다. 손을 잘 씻고, 마스크를 쓰고, 기침은 팔뚝으로 가리는 기본을 지키며 주위 사람들의 마음도 다시 한번 챙기는 그 시민 의식이 모두 함께 코로나19를 이겨내는 길이 아닐는지.
박상준 이슈365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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