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 입원환자에 정액수가제 적용
적은 돈으로 많은 환자 수용하는 구조
병원 측은 좋은 서비스 제공 안 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가운데 절반가량이 병원비를 스스로 감당하지 못해 정부 지원을 받는 의료급여 수급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모두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에 입원했던 환자들로, 이 병동에서는 26일까지 전체 입원환자의 약 7%가 감염병으로 사망하는 유례 없는 참사가 벌어졌다. 의료계 안팎에선 정부가 일부 정신의료기관의 열악한 환경을 방치한 결과, 사회적 약자에게 피해가 집중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에선 이날까지 입원환자 103명 가운데 101명이 확진판정을 받고 이 중 7명이 사망했다. 이 병동 입원환자들의 신종 코로나 치사율(약 7%)은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의 최근 수치(2.9%)를 훌쩍 뛰어넘는다. 방역당국은 장기 입원생활로 면역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환자들이 신종 코로나에 감염돼 피해가 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긴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입원환자의 면역력이 이유 없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온돌병실에 입원환자를 집단 수용하는 병원의 열악한 환경 탓으로, 그 배경에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있다는 것이 의료계의 공감대다.
의료급여 대상자 중 정신질환 입원환자에게만 적용되는 정액수가제가 이런 환경을 만드는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가 입원환자 1명당 병원에 지급하는 금액이 항상 일정하니 의료기관은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이유도, 서비스를 개선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박경덕 나눔과행복병원 사무국장은 “정신병동 입원실을 온돌병실로 운영하는 건 좁은 공간에 환자를 많이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정신질환 입원환자에게 정액수가제를 적용하는 이유는 적은 비용으로 많은 만성 정신질환자를 집단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성 정신질환자를 사회로 돌려보내는 데는 치료, 적응훈련, 거주지, 직장 등 제공할 게 많아 큰 비용이 든다. 그러나 병원에 묶어두면 적은 비용으로 돌볼 수 있다. 편견이지만 ‘위험 인물’이라는 인식이 강한 정신질환자를 격리시키고 있다는 인상도 심어준다. 증상이 심해 장기입원이 필요한 환자보다 살 곳이 필요해 입원해 있는 만성 정신질환자가 더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경기 북부에서 정신병원을 운영하는 A원장은 “의료계에선 ‘만성화를 조장한다’는 표현을 쓴다”면서 “전국 6만여 정신질환 입원환자 중 4만5,000여명은 살 곳이 필요한 경우로 추정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청도대남병원도 이런 경우다. 이미 숨진 5명을 포함, 전체 입원환자의 81%(84명)가 정부에 의존하는 의료급여 환자고, 숨진 환자들의 평균 입원기간은 7년6개월안팎이었다. ‘갈 곳 없는 사람들의 거처’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병원으로서는 더 많은 환자를 돌봐야 수익이 되는 구조 속에서 청도대남병원이 충분한 인력을 투입하고 풍성한 식단을 유지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집단 발병 당시 이곳 정신병동에는 의사와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모두 12명이 근무했는데 입원환자 100여명을 돌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중론이다. 박경덕 사무국장은 “불과 얼마 전까지 의료급여 입원환자의 식대는 의료보험 입원환자의 50% 수준으로 국가의 차별”이라고 주장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그 정도 인력으로 환자들을 외부로 데려가서 햇볕을 보여주고 운동시켜줄 수 있었을까”라면서 “상당히 면역력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고 추정한다”라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 치료진들의 협력조직인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가 26일 보고한 청도대남병원 환자 진료결과는 이런 추정이 사실임을 뒷받침했다.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장은 “영양이 부족했고 내부에서만 생활하니 근육량이 없고 면역력이 떨어졌다”면서 “다른 정신질환자와 달리 이곳 환자들의 예후가 굉장히 안 좋다”라고 설명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