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교실이 오전 9시에 시작해서 오후 1시 40분이면 끝난대요. 대체 어느 직장인이 그때 퇴근할 수 있나요.”
수원에 사는 예비 초등생 학부모 전수정(36ㆍ가명)씨는 당장 다음달 2일부터 아들(7)을 어디에 맡겨야 할지 고민이 크다. 교육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전국 초ㆍ중ㆍ고등학교의 개학을 연기하면서 아들이 갈 곳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아들이 입학하는 초등학교에서 긴급 돌봄 신청을 받고 있지만 돌봄교실은 오후 2시가 채 되기도 전에 끝난다. 전씨는 “남편과 연차를 번갈아 쓰는 등의 방법을 생각하고 있지만 회사 사정상 쉽지 않을 것 같다”며 답답해했다.
신종 코로나로 인한 개학 연기에 따라 각 학교들은 26일(특수학교는 27일)까지 3월 첫째 주 긴급돌봄 신청을 받았다. 하지만 직장인들의 근무시간과는 동떨어진 돌봄시간 탓에 맞벌이 부모들 사이에서는 ‘안 맡기느니만 못하다’ 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상당수의 학교가 돌봄교실을 오후 1~3시정도까지만 운영하거나, 장시간 운영한다 해도 오후 5시정도가 최대이기 때문이다. 보통 때라면 학원을 보내서라도 공백을 채우겠지만 그 조차 문을 닫은 상황에서 대안은 많지 않다.
이에 각 학교의 긴급 돌봄 신청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돌봄교실에서 집단 생활을 하면서 오히려 신종 코로나에 노출될까 신청을 꺼리는데다 애매한 돌봄시간 문제가 겹친 것이다. 경남 진주시의 한 예비초등생 학부모 박모(41)씨는 “학교에서 돌봄 교실을 오후1시까지만 하는데 그마저도 전교에서 우리 아이 한 명만 신청했다고 해 신청을 포기했다”라며 “자영업을 하는데 어쩔 수 없이 한주간 상점 문을 닫기로 했다”고 말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6일 전국 어린이집까지 휴원할 것을 결정하면서 “가족돌봄휴가 제도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사용하라”고 권장했다. 돌봄공백에 대한 대책이지만 실질적 해법보단 권고에 그치는 수준이다. 이날 발표한 가족돌봄휴가의 유급화 고려에 대해서도 고용노동부는 “휴가를 사용한 근로자에 대한 지원방안을 관계부처와 검토 중”이라며 “유급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김정덕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는 “정부가 아무리 가족돌봄휴가를 장려해도 유급이 아니면 한부모가정이나 일용직은 사용하기 힘들다”라며 “돌봄휴가를 알아서 쓰라고만 하지 말고 실제 학교나 어린이집의 긴급 돌봄 신청 사유를 취합한 뒤 이를 근거로 각 지방노동청에서 개별 사업장의 가족돌봄휴가 사용 실태와 연계해 점검하는 등 적극적인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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