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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친 여자’ 김민희 “여성 중심 영화 많이 찍는 홍상수?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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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친 여자’ 김민희 “여성 중심 영화 많이 찍는 홍상수? 잘 모르겠다”

입력
2020.02.26 16:04
수정
2020.02.26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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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독일 베를린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도망친 여자'의 홍상수 감독(왼쪽부터)과 배우 서영화, 김민희가 포토콜에 응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25일 독일 베를린영화제에서 첫 공개된 '도망친 여자'의 홍상수 감독(왼쪽부터)과 배우 서영화, 김민희가 포토콜에 응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영화에서 도망친 여자가 누구인지, 무엇으로부터 도망치는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결정할 수 있었지만 결정하기 전에 멈췄다. 아마도 영화 속 여자들은 억압과 불만족에서 도망가려는 게 아닐까 싶다.”

20일(현지시간) 개막한 제70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작으로 초청된 ‘도망친 여자’에 대해 홍상수 감독은 이처럼 답했다. 25일 이 영화의 첫 상영 직후 열린 독일 베를린 기자회견장에서였다. 홍 감독은 “이 영화가 우정과 외로움을 다루는 방식”을 묻는 질문에도 “우정이 내게 무슨 의미인지 미리 정의해놓고 작업하면 내가 미리 정해놓은 일반화나 정의에 맞게 디테일이나 조각들을 맞추게 될 것”이라며 비슷한 답을 내놓았다.

그는 “삶이나 존재는 언제나 일반화와 아주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영화를 만들 때 일반화나 장르 테크닉, 어떤 효과에 대한 기대는 모두 배제한다”며 “내게 오는 조각들에 어떤 의미도 두지 않고 그대로 놔두면 작업 과정에서 이것들이 어떻게든 합쳐지고 어떤 단단한 것을 만들어내는데 그것이 다른 여러 사람들에게 다른 여러 의미를 만들어낸다. 그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망친 여자’는 홍 감독이 연인인 김민희와 7번째로 협업한 작품으로 ‘강변호텔’ 이후 1년 반 만의 작품이다. 홍 감독은 이번 영화로 베를린영화제 경쟁부문에 4번째로 초청받았다 이전 경쟁부문 초청작 ‘밤의 해변에서 혼자’는 김민희에게 여우주연상을 안겼다.

‘도망친 여자’는 결혼 후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던 남편이 출장을 간 사이, 두 번의 약속된 만남과 한 번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과거 세 명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 여주인공 감희(김민희)를 따라가는 내용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민희와 서영화 외에 송선미 김새벽 권해효 등이 출연했다.

홍 감독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화의 구조와 초기 아이디어에 대해 “촬영을 시작할 때는 구조나 내러티브에 대한 완결된 아이디어 없이 시작한다”며 “내가 하고 싶은 몇 개 소재로부터 시작하고 그 후 내가 어떻게 그에 반응하고 그 반응에서 어떤 것이 나오는지를 보면서 만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물의 표면이나 대사가 분명한 무언가를 의미하지 않은 채 주위에 머물다 나도 모르는 어딘가로 도달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그렇게 끝까지 찍는다”고 덧붙였다. 편집방식에 대해선 “촬영할 때 이미 머리 속에서 다 편집을 하기 때문에 편집하는 데는 하루나 이틀 정도밖에 안 걸린다”며 “일주일 정도 아무것도 안 하다 다시 한다”고 설명했다.

감독이나 동료와의 작업에 대해 김민희는 “감독이 써주는 대로 잘 외워서 전달하면 의미 있는 연기를 할 수 있다”며 “만약 의도에서 벗어났을 때는 감독이 잘 잡아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장에서 배우들 간에 발생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서로의 반응이 있고 새롭게 감정이 생긴다”며 “집중해서 상황을 받아들이고 연기하면 자연스럽게 감정이 생기고 변화가 온다”고 말했다. 최근 홍 감독이 여성 캐릭터 중심의 영화를 자주 찍는 것에 대해선 난처한 듯 “이럴 때도 있고 저럴 때도 있다. 잘 모르겠다”며 웃었다.

‘도망친 여자’에 대해 외신은 대체로 호평을 보냈다. 미국 연예매체 할리우드 리포터는 “대체로 익숙한 홍상수 영화이면서 조금 다르다”며 “흥미롭고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당신 자신이 별로 말하고 있지 않다고 생각할 때 무엇을 말하게 될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해준다"이라고 영화를 묘사했다. 스크린 인터내셔널은 “관계의 역학이나 성 역할을 의미 있게 건드리는 작품”이라면서 “어떤 관객은 감독 특유의 불투명한 미니멀리즘 아래 숨겨진 깊이를 찾겠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만 생각하는 관객에겐 지루하고 따분할 수도 있다”고 했다. 미국 연예 매체 버라이어티는 최근 ‘기생충’ 흥행에 따른 관심을 고려한 듯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때문에 한국영화에 관심을 갖게 된 관객이라면 당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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