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맞서는 최소한의 심리적ᆞ육체적 방어막은 마스크다. ‘손씻기ㆍ마스크ㆍ기침 예절’이 핵심인 예방수칙을 볼 때마다 드는 의문. ‘그래서 마스크는 어디에 있는데?’ 국내에서 코로나19 3번째 확진자가 나온 지난달 26일까지만 해도 마스크 구하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설 연휴 직후부터 상황이 급변하더니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에서도 도저히 사기 힘든 ‘희귀템’이 됐다.
□ 마스크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문제는 한 장에 400원 안팎이던 값이 10배쯤 폭등해 ‘금스크’가 됐다는 점이다. 웬만한 서민도 울며 겨자 먹기로 명품 사듯 사야 하니 저소득층에겐 그림의 떡이다. 지방자치단체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공급 단가가 1월 말부터 뛰기 시작해 3배가 올랐다. 그나마도 물량이 없어 목표치의 절반 이하 밖에 확보하지 못했다”는 게 서울시 담당 공무원의 한숨 어린 설명이다. 사회복지시설이나 주민센터에 비치된 마스크는 그렇게 어렵사리 구한 것들이다.
□ “지금 쿠○에 풀렸어요.” “오전 9시45분부터 ○○○스토어에 개시한대요.” 마스크 품귀 현상에 온라인에선 ‘마스크 전사’들의 자발적 연대가 시작됐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오카방(오픈카톡방)에서 값을 올리지 않은 ‘착한 마스크’ 판매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성공한 이들은 접속자 폭주를 대비한 ‘원 클릭 구매 비법’도 알려 준다. “감사해요! 덕분에 샀어요.” “부모님 댁에 드디어 보내 드릴 수 있게 됐어요!” “또 실패했어요.” “벌써 품절이네요ㅠㅠ” 환희와 낙담이 오간다. 하는 수 없이 ‘가내 수공업’으로 마스크를 직접 만드는 이들까지 생겼다. 그럴 때마다 또 고개를 드는 질문. ‘이 지경이 되도록 정부는 대체 뭘 한 거야?’
□ 정부가 26일부터 마스크 수급 안정 조치를 시행했다. 일일 생산량의 50%인 약 500만장을 공적 물량으로 확보해 농협 우체국 약국 편의점에서 팔도록 한다는 내용이다. ‘마스크 대란’ 한달 만이다. 감염 취약 계층에 마스크를 무상 지급하는 내용이 담긴 ‘코로나 3법’도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시행까지는 시일이 또 걸릴 것이다. 국민 생명과 안전에 필수적인 조치를, 가장 필요한 때에 해주는 것이 정치의 기본이다. 국민 마음에 새겨진 ‘마스크 리스크’가 문재인 정부 최대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는 이유다.
김지은 논설위원 lun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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