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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최전선 대구에 몸 던진 ‘의료 의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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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최전선 대구에 몸 던진 ‘의료 의병’들

입력
2020.02.27 04: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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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개원의 60여명 의료봉사, 전국 의료진 205명도 대구行 

 기업ㆍ시민들 성금ㆍ물품 전달… 대구 의료진ㆍ병상 여전히 부족 

26일 대구 수성구청 앞에서 방역 당국이 도로 등 주변에 대한 소독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재현 기자
26일 대구 수성구청 앞에서 방역 당국이 도로 등 주변에 대한 소독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재현 기자
방역당국이 26일 오후 대구 남구보건소에서 현장에 필요한 각종 의료 장비를 옮기고 있다. 김재현 기자
방역당국이 26일 오후 대구 남구보건소에서 현장에 필요한 각종 의료 장비를 옮기고 있다. 김재현 기자
26일 오후 대구 남구보건소에서 방역 당국에 차량과 주변 도로에 대한 방역작업에 여념이 없다. 김재현 기자
26일 오후 대구 남구보건소에서 방역 당국에 차량과 주변 도로에 대한 방역작업에 여념이 없다. 김재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해 일시 폐쇄가 들어갔던 대구 서구보건소가 26일부터 다시 업무를 재개했다. 김재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해 일시 폐쇄가 들어갔던 대구 서구보건소가 26일부터 다시 업무를 재개했다. 김재현 기자

“대구,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국채보상운동의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 의료보상운동에 앞장서겠습니다.”

신종 코로나 국내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선 국가적 재난의 한복판에서 대구 지역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제때 환자를 실어 나를 앰뷸런스와 환자 이송을 도울 지원인원이 부족하고 300여명이 입원할 병상이 없어 자택에서 병마와 싸우는 중이다. 현장의 ‘코로나 전사들’은 과로를 마다하지 않고 감염 우려를 떨치며 온몸을 던지고 있다. 무서운 속도로 퍼지는 불안감, ‘섬’처럼 느껴지는 고립감, 그리고 부족한 의료시설과 지원 인력…. 최전선에서 의연하게 분투하는 이들을 응원하기 위해 “대구로… 대구로…”, 국민들도 속속 향하고 있다.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대구는 감염자 치료ㆍ방역의 한계로 치닫는 상황이다. 현지 의료진이 격전을 벌이는 동안 전국 의료인과 기업, 기관단체, 일반 국민들이 도움의 손길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의사는 생업을 제쳐둔 채 선별진료소와 치료현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26일 서문시장 앞을 지나던 박모(55·회사원)씨는 “내달 예정된 유럽출장은커녕 서울 출장도 취소됐다”며 “코로나를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하루하루 지날수록 나도 걸릴지 모른다는 공포로 행동반경이 위축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성구(60ㆍ이&김연합내과의원 원장) 대구시의사회장은 지난 25일 오전 5,700여 대구 전체 의사회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궐기’를 촉구했다. 그는 “국방업무에 매진해야 할 군의관과 공중보건의까지 달려왔지만 일손은 턱없이 모자란다”며 “지금 바로 선별진료소로, 대구의료원으로, 격리병원으로, 그리고 응급실로 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운영 중인 병원에 10여일간 휴가를 냈다. 전담병원인 서문시장 앞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으로 가서 보호복을 입었다.

대구지역 개원의들도 즉각 화답했다. 26일 오후 4시 현재까지 60여명이 자원봉사 동참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확진자가 나와 기능이 마비된 대구 서구보건소 정상화 지원부터 시작했다. 대구시는 의사 1명과 공중보건의 7명을 배치해 26일부터 업무를 재개했지만 역부족이다. 이곳은 23일 방역팀장에 이어 4명의 직원이 추가 확진판정을 받아 직원 대부분이 격리됐다.

대구 서구의사회 이사진과 대구시의사회 등 의사 50명 이상이 무료봉사를 자청했다. 병원 문을 일찍 닫고 보건소로 출근해 오후 10시까지 2인 1조로 전화상담을 하고 있다. 확진판정을 받았지만 입원하지 못한 채 자가격리중인 확진자에게 한시적으로 원격 처방전을 발행하는 일도 예정됐다. 이성수(55ㆍ구평리외과의원 원장) 서구의사회장은 “처음엔 대부분 의사들이 선별진료소에 가겠다고 했지만, 전문 상담과 처방전 발행 의사가 시급하다고 했다”며 “국채보상운동의 대구에서 의사들이 신종코로나 극복을 위해 의료보상운동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대구의료원과 대구동산병원 등에 지원 나온 공중보건의 등은 입고 벗는데 수십 분이 걸리는, 우주복 같은 보호복을 입고 2시간씩 교대로 환자를 선별하고 진료하느라 격렬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경북도의사회도 포항, 김천, 안동 3개 도립의료원에 내과전문의 6명, 선별진료소에는 도내 전체 내과의사(520명)의 절반 가량인 250명이 하루 10명씩 돌아가며 지키기로 했다.

또 ‘코로나19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도 서울 등에서 의사 11명을 포함한 205명이 대구자원봉사에 자원했다.

성금과 물품전달도 잇따르고 있다.

배우 이영애가 지난 21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5,000만원을 기탁한 것을 필두로 배우 박서준(1억원), 장성규 아나운서(5,000만원), 그룹 티아라 출신 가수 효민(마스크) 등 연예인들의 기부행렬이 계속됐다.

기업의 통 큰 기부도 잇따른다. 이랜드그룹이 지난 24일 대한적십자사 대구지사를 통해 대구시에 10억원을 기부한 것을 시작으로 롯데(10억원), 금복문화재단(10억원), 오비맥주(10억원), 대구은행(5억원), 대성에너지(2억원), 교촌치킨(2억원), 재경대구경북시도민회(2,000만원) 등이 동참중이다. 광주 전남 강원 전북 등 다른 지자체와 신종 코로나로 어느 때보다 어려운 티웨이항공도 힘을 보탰다.

대구 수성구 고산중 3년 최형빈 이찬형 군은 ‘코로나 나우’라는 사이트를 개발, 확진자 퇴원자 사망자 격리병상 등 신종코로나 관련 각종 정보를 서비스하고 있다. 경산의 한 대학 인근 편의점 사장은 KF94마스크 5,000장을 지난 24일부터 5일간 낮 12시에 학생증을 소지한 고교ㆍ대학생에게 1인당 2매씩 무료로 나눠주고 7,000장은 27일 경산시에 기부할 예정이다.

하지만 대구는 부족한 게 너무 많다. 감염자를 치료할 의료진과 특히 병상이 모자란다. 대구시는 26일 현재까지 대구의료원(224개), 계명대 대구동산병원(240개), 대구보훈병원(89개), 근로복지공단대구병원(200개), 영남대병원(30개) 등 783개의 격리병상을 확보했다. 하지만 26일 오전 9시 현재 대구지역 확진자는 전날 9시 현재보다 178명이 늘어난 677명에 달하면서 309명이나 입원하지 못한 채 자택에 머물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금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의사, 간호사, 공중보건의 등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병상과 의료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정부와 전국 시ㆍ도에 지원을 간곡하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지난 25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병상 1,000개와 의료인 300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시는 조만간 300여 병상을 더 확보할 계획이지만 확진자 증가추세를 따라가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경남 등에 내달 1일까지 1,600병상을 더 확보할 방침이다.

대구=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대구=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정희준 싱글요리봉사단장이 대구 달서구 신당동 일대 '코로나 19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습니다'라는 현수막을 자비로 제작해 게시하고 있다. 정희준씨 제공
정희준 싱글요리봉사단장이 대구 달서구 신당동 일대 '코로나 19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습니다'라는 현수막을 자비로 제작해 게시하고 있다. 정희준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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