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서 세 차례 걸쳐 거듭 확인... “주무 장관으로서 신중 못해” 지적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이유를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으로 꼽아 논란이 일고 있다. 신종 코로나 진원지인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제한 조치를 취하지 못한 것이 중국에서 귀국하는 내국인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 장관은 26일 감염병 예방법과 검역법, 의료법 개정안 등 이른바 ‘신종 코로나 3법’을 심의ㆍ의결하기 위해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 신종 코로나 확산 사태의 원인을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세 차례에 걸쳐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었다. 애초부터 중국에서 들어온 우리 한국인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점식 미래통합당 의원이 “그렇다면 (중국에서 들어오는) 한국인을 격리 수용해야 하지 않느냐”고 질의하자, 박 장관은 “하루에 2,000명씩 들어와서 전원 격리 수용할 수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바이러스 특성 자체가 (입국시) 검역에서 걸러지지 않는다. 열도 기침도 없는 한국인이 중국에서 입국하면서 감염원을 가지고 들어온 것”이라고 내국인이 감염원 역할을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확산 방지를 위해 이미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시행했어야 한다는 지적에도 박 장관은 선을 그었다. 정 의원이 ‘대한의사협회가 7차례에 걸쳐 중국인 입국 금지조치를 건의했는데, 왜 시행하지 않는가’라고 묻자, 박 장관은 “의학적 관점에서 의협보다 대한감염학회가 더 권위 있는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 감염학회는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 금지는 추천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감염학회가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 금지를 추천하지 않았다는 발언은 대한감염학회의 반발을 사고 있다. 감염학회 소속 한 의대 교수는 “지난 2일 대한감염학회를 비롯한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대한항균요법학회 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 대정부 권고안’을 통해 후베이성 외의 중국지역에서 발생하는 사례가 40%를 차지해 후베이성 제한만으로는 부족하고, 모든 중국발 입국자들(2주 이내 중국 거주자 포함)의 입국 후 2주간의 자발적인 자가격리를 권고했다”며 “학회에서는 대정부 권고안 외에 다른 경로를 통해 또 다른 의견을 정부 측에 권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장관의 감염학회 건의 관련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지난 18일 신천지 대구교회 신자인 31번째 확진환자(61ㆍ여)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확진자 가운데 중국에서 유입된 사람으로 인한 환자가 없다는 이유로 중국 입국 제한은 불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 역시 이날 “중국 입국자의 절반 정도는 내국인이기 때문에 차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중국 후베이성에 우선적으로 입국 제한조치를 내린 것”이라고 말하는 등 줄곧 유사한 입장을 밝혀왔다. 국내에서 발생한 신규 환자를 막는 데 방역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라는 판단에서다.
다만 여전히 많은 국민이 신종 코로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중국인 입국제한이 필요하다고 보는 상황에서 방역 주무부처 장관이 ‘내국인 때문에 확산되고 있다’고 언급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박 장관이 “많은 환자가 생기는 것은 죄송하다”면서도 “특정 종교 집단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말한 점도 책임을 신천지에 돌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