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싶은 길, 가고 싶은 거리] 양복점거리ㆍ시민극장ㆍ음악살롱… ‘7080 산업 수도’로 떠나는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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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고 싶은 길, 가고 싶은 거리] 양복점거리ㆍ시민극장ㆍ음악살롱… ‘7080 산업 수도’로 떠나는 시간여행

입력
2020.06.0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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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울산 큰애기이야기길

근ㆍ현대 울산 역사와 시민들 삶의 애환 곳곳에

동쪽해안 공업벨트 이주 멈추려 개발 고심 ‘역력’

울산큰애기 이야기길 안내도
8월 중순에 열리는 워터버블 페스티벌. 댄스공연 추위참기대회 등 다양한 이벤트가 방문객들을 즐겁게 한다. 울산 중구 제공

한국의 산업화를 이끈 도시 울산. 그 울산의 중심 중구 성남ㆍ옥교동 일대 ‘울산큰애기 이야기길’은 1970, 80년대 울산이 ‘산업 수도’로서 현대사의 큰 획을 그리던 당시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중앙전통시장과 울산큰애기 야시장, 젊음의 거리를 덮고 있는 3, 4층 높이의 아치형 지붕이 연출하는 역동적인 분위기는 일본 오사카 대표 관광지, 도톤보리를 압도한다.

울산큰애기 이야기길은 2016년 울산의 종가인 중구가 원도심에 과거와 현재의 이야기를 입혀 관광자원화하기 위해 조성했다. 울산이 산업 수도로서 한국의 폭발적인 성장을 견인할 당시 번화했지만 시간의 흐름과 함께 쇠락하던 거리에 9억6,8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성남동과 옥교동 인근 골목길 4.5㎞ 구간을 미관을 개선하고 보행로를 다듬었다.

이 길은 가수 김상희씨가 1969년 발표한 ‘울산 큰 애기’(작곡 나화랑, 작사 탁소연) 가사를 기반으로 캐릭터와 스토리를 브랜드화했다. ‘울산 큰 애기’는 태화강, 동천강, 약사천과 접해 쌀ㆍ과실 농사가 잘돼 상대적으로 경제적 형편이 좋았던 중구 반구동 출신의 여성을 일컫는 말로, 유난히 피부가 곱고 상냥한 성품의 여성으로 요약된다. 현재 울산현대축구단 공식 치어리더팀 명칭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울산큰애기 이야기길은 모두 3개 구간으로 나뉜다. 성남동 문화의거리~중앙동 주민센터 2.5㎞ 구간이 울산큰애기길, 똑딱길~청춘고복수길~시계탑 1.6㎞ 구간이 추억길, 울산읍성 서문지터~울산읍성 동문지터 800m 구간이 읍성길이다.

똑딱길 일대. 똑딱길은 70~8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 성공과 좌절을 맞본 젊은이들이 서로를 토닥토닥 위로한다는 의미에서 시계소리의 ‘똑딱’을 차음했다고 전해진다. 울산 중구 제공

이 길에는 울산의 종가인 중구가 자존심 회복을 위해 고심한 흔적이 깃들어 있다. 근ㆍ현대 울산의 역사와 시민들의 삶의 흔적들이 곳곳에 배어 있다. 그러나 울산이 광역화하고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석유화학단지가 번성하면서 울산의 중심은 동부 해안 공업벨트와 가까운 남구로 이동했다. 현대백화점과 롯데백화점 등 대형 쇼핑몰도 남구에 터를 잡았다.

크리스마스에 열리는 눈꽃축제, 50대의 제설기에서 뿜어내는 함박눈과 대형 크리스마스트리가 참가자들을 동심의 세계로 이끈다. 울산 중구는 2016년 원도심의 관광자원화를 통한 종갓집 자존심 회복을 위해 울산큰애기 이야기로를 조성했다. 중구 제공

큰애기길은 일제강점기 흔적과 다방, 양복점, 극장을 중심으로 근ㆍ현대 울산의 모습을 보여 준다. 문화의 거리에 있는 태화서원에서 출발해 큐빅광장~젊음의거리~옛 주리원백화점~죽골목~폐백거리~시계탑~중앙동 주민센터 구간을 천천히 걸으면 40분 정도 걸린다. 태화서원은 임진왜란 이후 조성된 울산도호부의 도총소로, 당시 집회소 역할을 맡았다. 이후 근대기부터 상부면의 면사무소로, 상부면이 울산면으로 바뀌면서 울산면사무소로, 읍으로 승격하고는 읍사무소로 쓰여 울산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지금은 시민들의 여가문화와 휴식을 위한 놀이마당으로 터를 내주고 있다.

지금은 3, 4층 상가가 조성된 젊음의 거리는 일제 강점기 때 철로였다니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옥골문’이 출임구임을 알려주는 죽골목은 50m 길이에 각종 죽을 파는 죽집이 늘어서 있으며, 또 김밥 잡채 보리밥 등 구수한 전통음식도 출출한 나그네를 유혹한다.

추억길은 똑딱길을 시작으로 청춘고복수길~보세거리~젊음의 거리~맨발의 청춘길로 이어진다. 중구 원도심의 역사적 흔적과 근대문화의 추억을 되새기는 코스로 25분 정도 걸린다.

울산 중구 젊음의 거리에는 볼링장, 게임오락장, 쇼핑몰, 각국의 진미 음식점 등 다양한 시설이 젊은이들의 발길을 잡는다. 울산 중구 제공

똑딱길은 1970~80년대 격동의 산업화 과정에서 성공과 좌절을 맞본 젊은이들이 서로를 토닥토닥 위로하고 과거를 다시 한 번 돌아본다는 의미에서 시계소리를 차음해 명명됐다.

청춘고복수길은 가요 ‘타향살이’로 사랑을 받았던 울산 출신 가수, 고복수 선생이 젊은 시절 거닐었음직한 길에 현대적 감성을 입혀 150m 길이의 포토존과 볼거리를 꾸며 놓았다. 중구는 이 길 한가운데 2층 주택에 고복수 음악살롱을 만들어 1층은 고복수 관련 전시시설, 2층은 커피숍으로 운영하고 있다.

고복수길 주변에는 2018년 국토부 주관 도시재생 한마당 주민참여 프로그램에서 대상을 차지한 ‘수연이네’도 만날 수 있다. 도심 내 빈집을 활용해 문을 연 울산 첫 도시민박업소인 이 집은 165㎡ 크기의 집에 방 3개와 화장실ㆍ샤워실을 갖추고 있다.

보세거리, 양복점거리는,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울산에서 산업 발전과 함께 밤 유흥문화가 번성하면서 패션에 대한 욕구도 덩달아 높았을 때 양복점과 양장점이 번성했던 곳이다.

읍성길은 울산읍성 서문지터에서 영화 ‘친구2’ 촬영지~먹자거리~남문지터~동문지터 연결 구간으로, 15분이 걸린다.

문화의 거리에서는 사시사철 다양한 행사가 열려 가족단위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울산 중구 제공

국민은행을 지나면 나오는 큰길이 울산읍성 서문이 있던 자리로 추정되고 있으나 정확한 지점은 전해지지 않아 아쉬움을 주고 있다. 울산읍성은 1597년 정유재란 때 소실된 울산읍을 둘러싼 성이다. 중구는 2012년부터 읍성 복원을 추진 중으로, 동서남북 성문 복원과 역사공원 조성에 국비 950억원을 포함해 총 사업비 1,900억원을 투입, 연내 마무리할 예정이다.

이들 길 곳곳에는 먹거리와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중앙전통시장 입구인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양쪽에 늘어선 곰장어집이 식욕을 돋우고, 골목골목에는 인도 요리전문점과 실내 낚시 카페, 사주 카페, 네일숍 등이 젊은이들에게 손짓한다.

축제도 빼놓을 수는 없다. 이 일대에는 눈꽃축제, 마두희, 워터버블 페스티벌, 태화강 치맥 페스티벌 등 흥겨운 축제가 펼쳐져 연중 관광객을 끌어 모은다.

크리스마스 때 이틀간 열리는 눈꽃축제는 성남동 원도심 일원에서 시장 아케이드 지붕을 개방한 상태에서 스노머신 50대가 쏟아내는 함박눈이 관광객들을 동심의 세계로 인도한다. 높이 12m의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자리 잡은 메인 무대에서는 합창단과 밴드, 댄스공연이 펼쳐지며 미니컬링 올림픽과 소원의 벽, 행운의 부적 만들기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도 곁들여진다.

단오 무렵에 열리는 마두희 축제는 지역에서 300년 넘게 관민에 전승돼온 줄다리기 놀이인 마두희를 재연한다. 일제강점기에 중단됐다가 1988년 처용문화제의 중심 행사로 재연된 이 행사는 큰줄당기기, 퍼레이드 댄싱대회 등의 프로그램으로 지난해 26만명이 넘는 관광객을 모으기도 했다.

울산중구 관계자는 “마두희 축제는 2018, 2019년 2년 연속 문화관광육성축제에 선정돼 타 지역 사람 방문율 31.6%에 달해 전국적 축제로 자리를 잡았다”며 “인근에는 태화강을 조망할 수 있는 숙박업소도 많아 관광객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중구는 마두희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도 추진하고 있다.

도심 속 피서지를 조성하고 상권 활성화를 위해 태화강체육공원 일원에서는 8월 중순 터버블 페스티벌이 열린다. EDM&댄스 공연, 워터존, 버블존, 슬라이드장 운영과 추위참기대회, 상권연계 부스, 체험 부스 등으로 젊은이를 불러모으고 있다.

도심 이 골목 저 골목을 어슬렁거리다 문뜩 전원이 그리워지면 태화강으로 나가면 된다.

이야길 골목골목에는 실내낚시카페, 사주카페, 동전노래방 등 다양한 즐길 거리가 방문객들의 발걸음을 잡는다. 김창배 기자

젊음의 거리에서 성남나들문을 나서면 곧 바로 만나는 태화강은 작년 7월 대한민국 제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도심 속 휴식공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태화강은 백로와 까마귀 등이 찾는 철새 도래지로도 유명하다. 상ㆍ하류 모두 1급수로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수질도 자랑이다.

일제 강점기에 홍수를 막기 위해 주민들이 10리에 걸쳐 조성한 십리대숲은 평소에도 신비로운 모습을 자아낸다. 특히 해질녘에 찾으면 은하수길이 펼쳐져 한층 더 낭만적인 경관을 감상할 수 있다.

황룡연 절벽 위에서 태화강을 굽어보고 있는 태화루는 당나라에서 불법을 구하고 돌아온 자장대사가 태화사를 세울 때 함께 건축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됐으나 400년 만에 복원돼 진주의 촉석루, 밀양의 영남루와 함께 영남을 대표하는 누각이다.

울산 중구의 김계화 문화관광과장은 “데이트, 소풍과 같이 일상에서 즐기는 여행, 일상의 에너지로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가벼운 여행을 선호하는 추세와 태화강 국가정원과 정원도시 사업에 발맞춰 관광인프라를 더욱 확충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울산=김창배 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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