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전 세계적 유행 경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25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관계자가 크게 하락한 증시 전광판을 보며 한숨 짓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pandemicㆍ대유행)’ 경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아직까지 미국 내 확진자가 크게 늘지 않은 것은 검사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국이 신종 코로나 진단검사 3만5,000건을 시행하는 동안 미국은 중국 우한과 일본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송환한 이들을 제외하면 검사 건수가 단 426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미국 내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현재 57명이다.

WP에 따르면 미국의 신종 코로나 검사 실적이 이처럼 저조한 것은 보건당국의 진단시약 공급 지연과 매우 엄격한 확진 시험 적용 지침 때문이다.

약 열흘 전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신종 코로나 지역사회 확산 여부를 조기에 파악하고자 기존 계절성 인플루엔자(독감) 감시망에 신종 코로나를 추가한다고 발표하면서, 진단시약을 배포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이 시약에 오류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고, CDC는 새 진단시약을 개발해 재보급해야 했다. 이에 따라 현재 미 전역에서 신종 코로나 진단검사가 가능한 곳은 10여개 지방 보건당국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들 10여개 검사실의 양성 결과는 CDC의 검증을 거쳐 최종 확진 판정이 내려지기 때문에 하버드의대 부속 브리검 여성병원조차도 신종 코로나 진단검사 결과를 받기까지 48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라고 WP는 전했다.

25일 기준 미국 보건당국의 지침에 따르면 중국에 다녀오거나 확진자와 밀접 접촉을 한 호흡기 환자만 신종 코로나 검사 대상이다. 미 보건당국이 지역사회 확산으로 판단하는 일본ㆍ한국ㆍ이란ㆍ이탈리아를 방문하고 나서 호흡기 증세를 호소한다고 해도 검사 대상이 아니다. 진단시약과 적용 지침의 한계 탓에 미국에서 확진자 보고가 실제보다 적게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마이클 미나 브리검 여성병원 임상미생물학 담당 부원장은 “우리가 아직 실태를 보지 못했기에 확실히 알 수 없을 뿐 나 자신을 포함해 다수가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가 낮은 수준으로 유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WP에 말했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성을 갖춘 의료기관은 자체적으로 진단시약을 개발해 대응하고 있지만, 이 결과에 근거해서는 공식적인 진단을 내릴 수 없고 환자에게 의료비를 청구할 수도 없다. 진단시약 공급 지연이 길어지자 미 공공보건실험실협회(APHL)는 의약품 인ㆍ허가 담당 기관인 식품의약청(FDA)에 자체 진단 시약 개발ㆍ적용 재량권을 달라고 요청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일본과 교류가 많은 하와이 당국은 상황이 급박해지자 일본 시약이라도 수입해서 쓰게 해달라고 CDC에 요청했다.

앞서 미 사시주간지 타임도 한국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한 이유를 한국 보건당국의 신속한 신종 코로나 진단검사 역량에서 찾았다. 미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의 보건분야 담당 데이비드 림 기자는 트위터에 한국이 3만명 가까이 진단검사한 사실을 밝히며 “한국의 이런 검사 능력을 미국은 아직 갖고 있지 못한 것 같다”고 전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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