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를 30년 동안 철권통치하다가 2011년 ‘아랍의 봄’ 민중봉기 때 축출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사망했다.
이집트 국영TV 등 현지 언론은 이날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91세로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그는 수도 카이로의 한 병원에서 지병으로 수술을 받은 뒤 최근까지 집중 치료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공군 장성 출신인 무바라크는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 시절 부통령을 지내다가 사다트 대통령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에게 암살되면서 1981년 10월 대통령을 이어받았다. 그 후 30년간 장기 집권한 무바라크는 2011년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쓴 ‘아랍의 봄’ 당시 거센 퇴진 시위에 직면, 결국 대통령직에서 사퇴했다.
무바라크는 ‘현대판 파라오’로 불릴 정도로 철권을 휘두른 독재자로 평가된다. 특히 집권 초기 전임 대통령 암살에 따른 정국 불안을 이유로 계엄령을 발동해 시민들의 자유를 박탈했고, 반체제인사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했다. 실업률이 치솟는 등 경제 성적도 좋지 않아 국민들의 불만이 깊었다. 사퇴 직후 체포된 무바라크는 2012년 재판에서 시위 참가자 850명이 사망한 것과 관련해 종신형 판결을 받았지만 이후 군병원에 주로 머무르다 2017년 3월 무죄 석방됐다.
다만 국제적으로는 사다트 시절에 탈퇴한 아랍연맹에 복귀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을 중재하는 등 중동 평화에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 미국과 가깝게 지내는 외교 정책을 펼치며 안보 측면에서는 이집트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또 집권 당시 북한에 우호적이었던 지도자로도 유명했다. 북한은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당시 이집트에 전투기와 조종사를 지원했고, 이를 계기로 당시 공군참모총장이었던 무바라크와 각별한 관계를 구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유빈 기자 yub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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