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1000개 넘을 땐 신고… 큰 효과 못 내고 해외 빠져나가
“요즘 국내 마스크 업체 공장은 말 그대로 24시간 풀가동입니다. 그래도 마스크는 모자라요. 모르긴 해도, 통계에 잡히지 않는 수출 물량도 마스크 부족 사태의 한 원인일 겁니다.”
경기 평택의 한 마스크 제조업체 직원은 최근 빚어진 ‘마스크 대란’의 주된 배경으로 해외 반출 물량을 꼽았다. 기본적인 공급 물량 부족도 문제이지만 다른 나라로 빠져나간 마스크가 적지 않다는 게 그의 귀띔이다. 2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된 가운데 전한 그의 진단에선 마스크 부족 현상은 이미 예고됐던 수순으로 보였다.
신종 코로나 확대로 필수품이 된 마스크의 품귀 현상을 두고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마스크 업계에선 유통 과정에서의 해외 반출 물량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2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현재 국내 133개의 보건용 마스크 제조업체에서 풀가동으로 공급 가능한 일일 평균 물량은 약 1,300만개다. 이 가운데 1일 수출 물량이 약 55만개(21일 기준)란 점을 감안하면 1,245만개 이상의 마스크가 시중에 풀리는 셈이다. 유통 물량이 여유로운 건 아니지만 현재 ‘마스크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인 게 현실이다. 실제 마스크 구매를 위해 편의점이나 약국 등에 늘어선 행렬 보기는 예삿일이다. 지나치게 부족한 국내 마스크 물량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이에 대해 정부에선 마스크 기근 방지 대책으로 지난 12일부터 마스크 생산업체에 하루 생산량, 국내 출고량, 수출량, 재고량을 식약처에 신고하도록 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14일 하루 236만개에 달하던 수출량은 20일과 21일 55만개로 급감했다. 하지만 생산업체들이 신고한 이 수치엔 내수에 포함됐다가 유통업자들에 의해 해외로 빠져나간 물량은 빠져 있다.
관세청과 식약처는 6일부터 1,000개가 넘는 마스크를 해외로 반출할 경우 정식으로 수출 신고하도록 규제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세청 수출입통계에서 마스크가 포함된 통관코드의 지난 한해 중국 수출량은 6,859만9,000달러(832억원)로 집계된 반면 올 1월 한달 동안만 6,135만3,000달러(746억원)로 폭증했다. 올해 1월 한 달 동안 해외로 나간 마스크 규모가 지난해 연간 수출량과 비슷한 꼴이다. 정부 관계자 역시 “수출 제한 조치에도 그 동안 상당 물량이 해외로 나갔다”고 인정했다.
이에 정부에선 마스크 판매업자의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생산업자도 당일 생산량의 10% 이내로 수출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내놨지만 때늦은 대책이란 시각이 팽배하다.
의학계는 1회용 마스크의 경우 사용 기간을 최대 이틀로 본다. 국내 총인구를 5,000만명으로 보고 국민 절반이 매일 마스크를 쓴다고 가정하면 산술적으로 하루 필요량은 1,250만개다. 반면 하루에 내수로 풀릴 수 있는 마스크량은 1,170만개(하루 생산량 1,300만개에서 최대 수출 허용치 130만개를 뺀 수치)이니 매일 80만개씩 모자라는 셈이다. 여기에 가정마다 예비용 마스크를 확보하려는 가수요까지 폭발하고 있어 생산이 수요를 도저히 못 따라가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마스크 업계에선 원자재 부족에 따른 생산 중단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보건용 마스크에 들어가는 핵심 재료인 ‘MB(Melt Blown) 필터’를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업체는 약 7개뿐이다. 마스크 생산업체의 절반 이상은 중국산 필터를 수급 받아 마스크를 제작하고 있다. 중국산 필터 반입에 문제가 생긴다면 국내 마스크 생산도 어려운 구조인 셈이다. 서울 지역의 한 마스크 중간 유통업체 관계자는 “정부 규제로 시중에 유통될 마스크 공급 물량에 다소 숨통이 트일 수 있지만 중국 현지에서 조달되고 있는 원자재에 이상이 생길 경우, 마스크 대란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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