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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될까봐 두려워” 코로나 블루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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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될까봐 두려워” 코로나 블루 주의보

입력
2020.02.27 04:3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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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부활동 자제로 고립감 커지고 

 “나도 죽으면 어떡하나” 스트레스 

 코로나 사태, 정신건강까지 위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지난 25일 출근시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이 지난 25일 출근시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동구에 사는 직장인 정은주(가명ㆍ35)씨는 요즘 두통이 심해 쉽게 잠들지 못한다. 눈을 감으면 흉흉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뉴스들이 머리 속에 맴돈다. 과거 우울증을 앓았을 때의 그 절박한 감정이 등골을 타고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감도 그를 괴롭힌다.

육아휴직 중인 정씨는 신종 코로나 감염 공포로 집 안에만 갇혀 있는 게 원인이란 것을 알고 있다. 국내 첫 사망자가 발생한 지난 20일 이후 그는 네 살배기 아이와 종일 집에 머무는 상태다. 정씨는 “산책 등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외부활동을 전혀 못한 채 매일 집에서 신종 코로나 소식을 접하는 게 힘에 부친다”며 “그렇다고 뉴스를 안 보거나 아이를 데리고 함부로 나갈 수도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할 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가 전방위로 확산하면서 불안감과 우울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기존의 정신질환 취약계층은 물론이고 타인과 교류를 끊고 실내에서만 생활하는 주부들도 예외가 아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길어질 수록 ‘코로나 블루’(신종 코로나와 우울함(blue)의 합성어)라는 또 다른 위험이 등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5일 정신의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느끼거나 △수면 장애를 겪고 △의심이 많아져 사람들을 경계하고 △기운이 없고 무기력해지는 것 등이 감염병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에 해당된다. 세부 요인은 다양하지만 ‘언제 어디서 전염돼 죽음에 이를 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최근 내원하는 환자 중 최소 30%는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증세가 나빠졌거나 불안을 얘기한다”며 “현 사태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스스로 연관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환자들까지 더하면 수는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염에 대한 공포뿐 아니라 사망 소식을 접하는 것 역시 스트레스를 가중시켜 만성불안 상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윤 교수의 설명이다.

주요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이와 관련된 호소가 속속 올라오고 있다. 서울 구로구 주민 A씨는 “초반엔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면 좋아지겠지 하는 희망이 있었는데 상황이 점점 더 심해지니 두렵고 무기력해질 뿐”이라고 토로했다.

국립정신건강센터 산하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대응해 지난 18일 배포한 '감염병 스트레스 정신건강 대처법'. 국가트라우마센터 제공
국립정신건강센터 산하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대응해 지난 18일 배포한 '감염병 스트레스 정신건강 대처법'. 국가트라우마센터 제공

신종 코로나로 인해 지인과 갈등을 겪는 등 인간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도 스트레스 요인이다. 대전에 사는 주부 김모(32)씨는 “어린이집이 휴원해 육아 도움을 받으려고 타 지역의 친정에 가려 했는데 남편이 극구 말리는 바람에 크게 싸웠다”며 “당분간 불화가 계속될 것 같아 심란하다”고 말했다.

외출에 대한 두려움으로 병원 진료가 제때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대형병원의 경우 신종 코로나 확진자나 의심 환자가 다녀갔을 수 있다는 우려로 정신과뿐 아니라 일반환자의 내원 자체가 크게 줄었다. 지방자치단체의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주민들에게 심리상담을 제공하고 있지만 센터 대부분이 보건소와 같은 건물에 있어 방문을 꺼리는 주민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를 혼자 감내하지 말고 주변의 도움을 청하는 게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구체적으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으로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정보로부터 거리를 두고 △병원 진료 등 반드시 필요한 외출은 하고 △책임 소재를 찾기보다는 ‘다같이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상황 극복에 집중할 것 등을 권고했다.

홍나래 한림대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지금은 누구나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내가 약해서, 나만 흔들리나’ 같은 걱정을 버리고 믿을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불안한 마음을 충분히 이야기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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