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 체크하겠습니다. 손 소독하시고, 마스크는 이후에도 상시 착용해 주세요.”
25일 오전 서울 성동구청사 앞.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직원 네댓 명이 청사로 바로 들지 못하고 현관 앞에 줄을 섰다. 사무실 출근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체온 측정과 손 소독을 하기 위해서였다. 성동구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구청사 침투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구청장도 이 절차를 밟지 않으면 출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당초 외부 방문객만 대상으로 출입 시 이뤄지던 발열 체크와 마스크 착용이 구청 전 직원으로 확대된 것이다. 구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로 주요 기관들이 멈추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까지 무너지면 안 된다’는 절박함에 따른 것”이라며 “모든 직원들이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경보가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되자 공직사회에는 비장함마저 감돌고 있다. 양천구 관계자는 “구의 컨트롤타워에서 누구 하나 감염이 되면 어쩌나 걱정이 크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구청 업무는 돌아가야 하는 만큼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상시 마스크 착용, 수시 손씻기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날 오전까지 서울시에서 33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그 중에 병원 종사자까지 확진 판정을 받은 만큼 주변에서 당장 확진자가 나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는 상황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앞서 “서울이 뚫리면 대한민국이 뚫린다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할 것”을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침체한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 내놓았던 외부식당 이용 권고도 지자체들은 속속 철회하고 있다. 청사 인근 소상공인들을 돕자는 취지였지만, 외부에서 식사를 하고 들어올 경우 바이러스에 더 쉽게 노출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중앙부처 공무원들도 마찬가지다. 세종시의 정부부처 공무원들은 서울 출장과 약속을 취소하고 있다. 특히 기관장의 경우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비상 상황 시 자리를 비워둘 수 없기 때문에 외부 일정은 일절 삼가는 분위기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지금은 ‘서로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확산, 누군가를 만나는 외부 활동은 모두 취소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러 사람이 한 데 모이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간부회의를 영상으로 진행하는 곳도 많다.
출근길 감염 위험을 낮추기 위해 출퇴근 시간도 조정한다. 필수 인력을 제외한 서울시와 자치구, 투자ㆍ출연기관 직원 4만2,000여명은 전날부터 오전 10시 출근하고, 오후 7시에 퇴근하고 있다. 날로 거세지는 신종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근무체제로 전환되면서 업무 강도도 높아졌다. 지난 22일 첫 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구로구는 모든 부서마다 직원의 8분의 1씩 비상근무조를 짜 근무하고 있다. 구로구 관계자는 “조마다 돌아가면서 오후 10시까지 사무실에 남아 대기하며 업무를 보고 있다”며 “힘들지만 싫은 내색을 하는 이들은 찾아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이 많은 직원은 오히려 퇴근 시간만 더 늦어져 불리한 상황”이라며 “상황이 상황인 당분간 고행을 감수하자는 게 지금의 공직사회 분위기”라고 전했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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