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8년 개원 후 수 차례 경영 위기… 102명 입원에 의료진은 12명
100명 이상 집단감염자가 나와 건물 전체를 봉쇄하는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경북 청도 대남병원 내부는 참담할 만큼 열악한 것으로 드러났다. 폐쇄적인 정신병동이었다는 점에서나 대부분 장기입원 환자들이어서 면역력이 저하돼 있다는 대목은 추가 피해 가능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코호트 격리 이후에도 환자들과 함께 격리된 직원들이 바닥에 누워 지낼 정도로 취약한데다, 일반병실 암환자는 엉뚱하게 정신병원인 국립부곡병원으로 이송돼 말썽까지 되는 상황이다.
대남병원이 24일 첫 입장문과 함께 공개한 내부 사진을 보면 직원 한 명이 침대가 아닌 바닥에 몸을 웅크리고 누워 있다. 또 다른 직원들은 마스크만 낀 채로 분주하게 도시락을 옮기는 모습이다.
대남병원은 1988년 개원 후 수 차례 문닫을 위기에 처했고,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1992년 정신과를 신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환자를 받기 위해 병실을 침대가 있는 입원실이 아닌 군 내무반처럼 온돌방으로 운영했다. 폐쇄병동으로 운영된 정신병동에서 입원환자 102명 가운데 2명을 빼고 100명이 집단 감염된 것도 침상이 아닌 온돌방에 많은 인원이 지내는 방식이 원인으로 꼽힌다. 온돌방 병실에는 적게는 9명에서 많게는 십수 명이 생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다 102명이 입원한 정신병동에 의사와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을 합친 의료진 12명이 3교대로 근무할 정도로 인력도 충분하지 않았다.
대남병원 정신병동은 지상 4층의 전체 건물 중에 유일하게 모든 창문에 검은색 코팅이 돼 있고 햇볕조차 잘 들지 않는다. 때문에 환자들이 밖을 잘 볼 수 없고, 반대로 외부에서도 내부 움직임을 전혀 볼 수 없도록 돼 있다.
하지만 코호트 격리가 취해진 이후에도 열악한 병실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환자들과 함께 격리된 직원들이 대기실 의자를 붙여 겨우 휴식을 취하거나 바닥에서 잠을 자고 외부 도시락조차 제때 도착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남병원 관계자는 “열악한 병원 내부에서 숙식을 해결하면서 새로 투입된 의료진과 함께 환자 치료와 오염 물건 처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집단감염이 일어난 대남병원 정신병동 환자들은 대부분 10년 이상 장기 입원 환자다. 오랜 병원 생활로 운동량이 부족해 비만과 고혈압, 당뇨질환자가 많고 장기간 약물 복용으로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특히 보건당국이 코호트 격리를 시작하고 정신질환자가 아닌 일반병실 중증환자를 정신병원인 국립부곡병원으로 옮겨 말썽이 일고 있다. 대남병원에 입원했던 암환자 등 일반병실 환자 12명은 내과 공중보건의 1명과 함께 부곡병원으로 이송돼 부곡병원 의료진이 놀라서 펄쩍 뛰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영렬 전 국립부곡병원장은 “국립부곡병원은 정신질환자 전문병원이어서 일반 중증 환자의 응급상황에 대처할 의료 장비를 갖추고 있지 않다”며 “코호트 격리가 시작됐지만 정신질환자 대부분이 오랜 시간 병원 생활을 해 면역력이 약한데다 병원 시설이 워낙 좋지 않은 것도 문제다”고 말했다.
대남병원 정신병동은 지난 19일 첫 확진자 2명이 나온 뒤 외부와의 출입이 통제되면서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들의 예후는 갈수록 우려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병원 환자 중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TV뉴스 등을 시청한 일부 환자들이 의료진의 방호복을 찢는 등 극심한 불안감을 나타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오후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신종 코로나 10번째 사망자 역시 대남병원에 입원해 있던 58세 남성이었다. 대남병원 관련 사망자로 7번째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대남병원 환자 중에 현재 경증이라도 기저질환자가 많아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며 “사망자가 잇따르고 있어 최상급 병원으로 이송해 줄 것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청도 대남병원은 지난 2010년 이사장의 횡령 등으로 부산 지역을 떠들썩하게 했던 당시 부산 최대 사회복지법인 구덕원이 세운 병원으로 확인됐다. 구덕원을 설립한 이사장은 현 대남병원 이사장의 어머니로, 공사업체로부터 돈을 받아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됐다.
청도=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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