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열·임재훈 의원 입당… 당내서도 볼멘소리 나와
“기를 쓰며 우리가 반대했던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의원들을 불과 두 달만에…”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됐다. 최근 바른미래당 출신인 이찬열 임재훈 의원 입당을 받아 준 미래통합당 얘기다. 지난해 연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통합당이 반대한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에 찬성한 의원들을 받아들이자, 당내에서 볼멘 소리가 나왔다.
25일까지 바른미래당 출신으로 통합당에 합류한 의원은 이찬열 김중로 이동섭 임재훈 등 4명이다. 하지만 이 의원들의 통합당 합류 전 행보를 보면 결이 다르다. 지난해 말 통합당이 의원직 사퇴까지 내걸고 반대했던 선거법과 공수처법 표결 결과를 보면 뚜렷하게 드러난다.
당시 당권파였던 이찬열 임재훈 의원은 찬성표를 던졌다. 반면 비당권파였던 김중로 이동섭 의원은 반대와 투표 불참을 선택했다. 당시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는 통합당 의원들 입장에서 이찬열 임재훈 의원의 입당을 마냥 환영하기만 어려운 이유다.
지난해 4월 선거법과 공수처법 처리의 단초가 됐던 패스트트랙에 지정에 있어서 이찬열 임재훈 의원 역할은 결정적이었다. 당시 캐스팅보트를 쥔 바른미래당은 의원총회에서 한 표 차이로 패스트트랙 합의안(찬성 12명, 반대 11명)을 추인했다. 두 의원 중 한 명이라도 반대했다면, 패스트트랙 법안의 운명은 달라졌다. 특히 임 의원은‘불법 사보임’논란에도 공수처법에 반대한 오신환ㆍ권은희 의원 대신 사법개혁특위에 투입돼 패스트트랙 지정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런 과거 때문에 통합당 내부에서도 이들의 입당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대의를 강조하고 있다. 이번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중도보수를 아우르는 반문재인 구도를 만드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이를 위해서는 ‘과거’를 잠시 내려놓는 것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이번 총선에서 이들 의원들의 역할도 명확하다. 황 대표는 지난 6일 이찬열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경기 수원에서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통합당은 20대 총선 당시 수원에서 5개 의석을 모두 잃었다. 수원갑에서 3선을 한 이 의원이 선봉에서 선거를 이끌어달라는 의미다.
당초 심재철 원내대표 지역구인 경기 안양 동안을에서 뛰었던 임 의원은 이웃한 안양 동안갑에 공천을 신청할 예정이다. 이 지역은 통합당이 1차 공천 신청을 받을 당시 지원자가 한 명도 없었다. 임 의원 도전 자체가 당에 큰 힘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통합당 관계자는“탄핵이라는 더 큰 강도 건넜는데 선거를 앞두고 작은 강(패스트트랙 법안 찬성)은 못 건널 이유가 없다고 지도부가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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