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환자 1,000명 육박, 사망 3명 늘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대규모 전국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확진환자 누적 규모가 1,000명에 육박하는 한편, 대구와 경북 청도군 바깥에서도 집단감염이 확인되면서다. 25일 경북 칠곡ㆍ예천군에서 새롭게 보고된 환자들은 장애인 집단생활시설 거주자여서 청도대남병원 사태가 재현될 가능성마저 제기되며 최악의 경우 대구와 비슷한 수준의 지역사회 유행이 다시 번져 보건당국이 신종 코로나 전국 확산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마저 우려된다.
이날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오후 4시 기준 누적 확진환자는 977명으로 전날보다 144명 증가했다. 사망자도 3명이 새롭게 보고돼 11명으로 늘었다. 이 중 청도대남병원 사망자는 7명이다. 이날 오전 9시 기준으로 확진환자(893명) 가운데 68.8%가 신천지 대구교회 또는 청도대남병원과 관련이 있다.
집단감염 유형이 계속 나타나면서 보건당국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날 20명 이상의 확진환자가 확인된 경북 칠곡군과 예천군 장애인거주시설에 이어 교인 수가 8만여명에 달하는 서울의 대형교회에서도 확진환자가 대량 발생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강동구 명성교회에 따르면 부목사와 지인 자녀 1명 등 교회 신자 2명이 이날 신종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았다. 부목사가 16일 오후 참여한 예배에는 2,000여명의 신자들이 참석한 것으로 드러나 이들 외 추가 확진환자 발생이 우려된다. 이밖에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 1명이 이날 확진판정을 받아 방역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이 승무원은 최근 기침 증상이 있는 상태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LA)노선에 투입됐으며, 앞서 지난 15일에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노선에서 근무하며 신종 코로나 확진 승객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서울대병원 응급실에 체류한 신종 코로나 의심환자가 음성판정을 받고 퇴원 후 경기지역의 종합병원에서 확진판정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24일부터 서울대병원 응급실 신규접수가 중지되고 의료진 59명에 대한 확진검사가 진행 중이다. 위기가 고조되면서 이날 서울 명동성당이 포함된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내달 10일까지 교구 내 성당들의 미사를 전면 중단시켰다. 서울대교구의 미사 중단은 189년 역사상 처음이다.
보건당국이 신천지 대구교회 신자 9,231명을 자가격리 조치한 가운데 발열 등 증상을 보이는 1,300여명에 대해 진행한 확진검사 결과가 25일 나올 예정이고, 전국의 신천지 신자 21만2,000여명의 명단을 확보해 전수조사를 추진하는 상황이어서 향후 2~3일간 신천지 신자를 중심으로 확진환자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신천지 신자들에 대한 검사가 마무리되는 26, 27일쯤부터 환자 증가세가 한풀 꺾인다면 대구에서 일단 신종 코로나의 확산세를 멈추려는 정부의 계획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볼 수 있다.
보건당국은 대구ㆍ경북지역의 신종 코로나 확산세와 버금가는 파장을 줄 수 있는 집단감염 사태를 막기 위해 대구에서 파생되는 감염을 차단하면서 전국적으로 사망자 발생을 줄이는 피해 최소화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대구에서는 근로복지공단 대구병원 등 4개 공공병원을 비워 내달 1일까지 1,600병상을 확보하는 한편, 주변 지역의 지방의료원을 신종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해 여기서도 870여 병상을 확보할 계획이다. 지방의료원을 비워 신종 코로나 환자 대량 발생에 대비하는 조치는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더불어 청도대남병원처럼 폐쇄된 공간에서 환자들이 집단 생활하는 정신의료기관에서 감염이 발발할 경우 피해가 클 것으로 판단하고(본보 21일자 1면) 정신병원 폐쇄병동 420여곳에 대해 25일까지 감염관리 현황을 전수 조사했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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