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둥성 교민 3인 인터뷰… 25일부터 한국인 타깃 방역 강화
웨이하이 “신분증 없어 동네 마트 출입도 통제” 시선 싸늘
옌타이 “개학 코앞인데 한국 가족들 언제 데려오나” 걱정
칭다오 “한국인 손님은 국내 주소까지 적어 내게 해” 한숨
“아침에 회사로 갑자기 전화가 왔어요, 입국자 모두 강제격리한다고요.”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시 원덩구의 교민 A씨는 25일 전화통화에서 “시정부가 다짜고짜 연락해오더니 ‘미리 준비하라’고 통보하더라”며 “오늘부터 한국발 항공기 승객들이 격리된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았다”고 했다. 그는 “입국 제한 조치를 시행하면서 공문이 아닌 일방적인 구두통보뿐이었다”면서 “한국이 아직 전체 중국인의 입국을 차단하지 않는 만큼 문서로 남기기엔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이날 오전 제주항공편으로 인천을 출발해 웨이하이 다수이보공항에 도착한 승객 163명은 현지 탕포온천을 비롯한 여러 호텔에 분산 수용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인 19명은 중국인 144명과 함께 공항에 내리자마자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이들은 14일간 격리를 마치고 혈액검사 등을 거쳐 이상이 없다는 점이 확인돼야 비로소 귀가할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이 한국인 입국자를 단체격리한 건 처음이다. 정동권 웨이하이 한인회장은 “우리 교민 누구도 비행기 탑승 전에 자신이 격리된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전했다. 우려가 커지자 주중 한국대사관은 “향후 2, 3일간 경과 관찰 후에 격리기간을 줄일 수 있도록 요구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실현될지는 미지수다.
A씨는 “웨이하이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청정도시”라며 “신종 코로나가 확산되면 타격이 더 클 것이기 때문에 당국에서 다른 지역보다 과도하게 대처하는 것 같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교민들도 입국 제한 조치를 어느 정도는 이해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당국의 태도가 돌변한 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은 듯했다. 그는 “지난 16일 한국에서 돌아온 직원이 자가격리 일주일이 지나자 당국에서 괜찮다고 했다”면서 “어제부터 출근했는데 갑자기 오늘부터 ‘무조건 집에 들어가 나오지 말라’고 하는 통에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한국인에 대한 싸늘한 시선도 부담이다. A씨는 “동네 마트에 가려면 신분증을 찍고 들어가야 하는데 한국인은 번호가 없어 출입을 통제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웨이하이에서 자동차로 2시간 거리인 옌타이는 아직 입국 제한 조치는 시행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교민 B씨는 “산둥성은 다른 지역에 비해 감염자가 많지 않아 위기감이 크지 않았다”면서 “입국 후 14일간 격리된 후에 집에 갈 수 있다면 한국에 남겨둔 가족들을 데려올 수 있을지 선뜻 내키지 않는다”고 걱정했다. 교민들은 대부분 3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현지 학교 개학에 맞춰 이달 말이나 내달 초 입국할 계획이다. 보름간의 자가 격리기간을 고려해서다.
하지만 강제격리라는 돌발 변수로 선뜻 시점을 잡기 어려워졌다. B씨는 “교민 단체대화방에는 ‘중국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가도 되느냐’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지만 아무도 분명한 답을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일단 최악의 상황까지 염두에 둔 가운데 실제로 어떤 조치가 나오는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산둥성 칭다오 방역당국은 24일 긴급회의를 열고 “한국에서 오는 외국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사실상 한국인을 격리하라는 의미다. 이에 입국자는 물론 현지 교민들도 된서리를 맞고 있다. 자영업자 C씨는 “오늘부터 한국인 손님에 대해서만 입국날짜와 여권번호, 연락처, 칭다오 거주지 주소는 물론 한국 주소까지 매일 파악해 제출하라는 당국의 지시가 내려왔다”면서 “손님들의 개인정보를 그렇게 해도 되는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입국자의 경우에도 중국인은 자가격리하면서 외국인은 호텔에서 14일간 머물러야 한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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